“2개월 동안 방부 재처리 작업”…매장 여론 갈수록 높아져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 있는 관광명소인 ‘레닌 묘’가 정례 보존 작업을 위해 2개월 동안 잠정 폐쇄될 것이라고 현지 당국이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레닌 묘 관리·보존을 담당하는 연방경호국(FSO)는 이날 “정기 예방작업을 위해 16일부터 2개월 동안 묘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레닌 묘에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의 시신이 방부 처리된 채 보관돼 있다.

현지 소식통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이번 레닌 묘 폐쇄가 영구 보관 중인 레닌의 시신을 재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리석 묘 안에 방부 처리된 채 보관돼 있는 레닌 시신은 부패 방지를 위해 통상 2년에 한 번씩 특수약물을 이용한 의생물학적 처리를 받고 있다.

지난 2005년 2월에도 약 2개월 동안 같은 작업이 이루어졌다.

소식통은 이번 작업에선 시신에 대한 방부 재처리만 하고 레닌이 입고 있는 양복은 갈아 입히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복 교체는 4년마다 한 번씩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목욕시키고 특수 약물로 재처리하는 작업에는 ‘전(全)러시아 약재·향료 식물 연구소’와 의생물학 실험실 등이 참여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전문가팀은 “신기술 개발로 지난 1924년에 방부 처리된 레닌의 시신을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의 시신을 영구보존하고 있는 레닌묘는 모스크바의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로 평소 국내외 관광객들이즐겨 찾고 있다.

최근엔 매주 화·수·목·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개장해 왔다.

지난 1924년 1월 레닌이 53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권력 장악에 나선 이오시프 스탈린은 민심 결집을 위해 유족들의 반대에도 레닌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영구보존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선 시대적 의미를 잃은 레닌 묘를 철거하고 영구 보존 처리된 레닌의 시신을 매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소련이 무너진 1991년 이후 레닌 묘를 폐쇄하고 그의 시신을 매장하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공산당원을 비롯한 레닌 숭배자들의 강한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2009년에는 러시아 하원이 레닌 시신 매장 문제를 논의했으나 역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 문제는 지지파와 반대파의 팽팽한 논쟁 속에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매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전체 국민의 약 60%가 매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정교회도 레닌의 시신을 관광물로 만든 것은 비인간적이라며 레닌 묘 폐쇄와 매장을 지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해 초 레닌 시신 매장 문제는 사회 여론을 분열시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무리한 매장 추진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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