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리친·브롬화네오스티그민 등 거론…독성 가스 VX도 후보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말레이 현지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청산가리로 불리는 시안화칼륨과 살충제 성분의 메틸파라티온, 쥐약을 만드는 모노플루오로아세트산나트륨이 북한 공작원들이 암살작전에 주로 사용하던 독극물이라며 이들이 이번 김정남 암살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16일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 외에도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리친과 독살계의 우두머리라고 알려진 비소, 호흡계를 파괴하는 스트리크닌 등을 유력한 후보로 올렸다.

또 북 공작원들이 독침에 사용하는 브롬화네오스티그민, 복어 독으로 알려진 테트로도톡신, 일본 옴진리교 테러에 사용된 사린가스가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방송 NHK는 이날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김정남의 암살에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을 발휘하는 VX 같은 신경성 독가스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유독한 신경작용제로 수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시안화칼륨일 가능성을 크게 점쳤다.

이 독극물은 황산 등 산과 결합하면 기화하기 때문에 스프레이 통한 분사가 가능하다.

태국 법의학자인 폰팁 로자나수난은 “시안화칼륨은 빠른 속도로 피해자를 숨지게 하고, 감지하기도 쉬운 물질이다”라며 “이 독극물로 인해 숨진 사체에는 전체적으로 병변이 나타난다. 따라서 사체의 피가 밝은 붉은색이라면 이는 시안화칼륨으로 살해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시안화칼륨 등 칼륨 계열 독극물은 “급작스러운 심장 부정맥이나 심장마비로 야기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한 법의학자는 김정남의 사망에 의문점이 많다면서 정말 독살인지, 자연사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레이 현지 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정남 사망 후 사흘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인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그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이상 징후를 보인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에서 심장마비나 저혈당 쇼크 등 자연사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말라야대학 의학센터 병리학장 K. 나데산 교수는 이날 현지 매체인 ‘더스타’와 인터뷰에서 김정남이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2명의 여성과 접촉하고 이상 증세를 보인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에 주목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이른바 ’독살‘이란 부분이 꽤 곤혹스럽다(puzzling)”며 “시안칼륨만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으나 이는 삼켜야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보도로는 김정남은 독침이나 스프레이로 분사된 독극물, 독액이 묻은 헝겊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데산 교수는 이는 자신의 말은 하나의 가정일 뿐이라면서도 실제 이 사건을 담당하는 법의학자는 김정남의 죽음이 독살인지 자연사인지 알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산권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암살할 때 주로 사용했던 독극물로 ‘리친’이 있지만, 리친의 경우 주입 후 실제 사망까지 최소 하루에서 사흘이 걸린다고 나데산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독이 쓰였다면 탐지 가능한지 질문에는 대부분 독은 알아낼 수 있지만, 담당한 법의학자가 예리하게 알아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은 전날 김정남 시신에 대해 7시간에 걸쳐 부검을 실시했으며, 부검 결과는 이르면 18일께 발표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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