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방식대로 사는 나다운 삶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신을 돌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50대에 들어서며, 살아보고 싶은 삶을 지금 살고 있는지 자꾸만 반문해보게 된다. 어릴 적 꿈꾸었던 삶이 무엇이었는지도 뒤돌아보게 된다. 공부하고 결혼하고 아이들 키워 대학 보내고, 한편으로 차를 사고 집을 사고, 해외여행도 가고 한두 가지 명품도 소비하며, 지금까지는 생애주기의 일반적 패턴을 따라 달려왔던 것 같다. 그런데 문득 중년 그 길목에서 잘 살고 있는지, 뭘 하며 살 건지를 고민하게 된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은퇴 이후 노년기가 30~40여년이나 남겨진 세대의 고민이 시작된 거다.

앞서 살고 있는 선배 지인들의 삶을 자꾸만 들여다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게 된다. 중년기를 넘어서면 의복, 자동차, 주택 등에서 벗어나 보다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여행, 취미, 개인적 관심사로 옮겨가게 된단다. 여전히 소비를 통한 물질문화에 만족하기도 하지만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주체적 삶을 살고자 한단다. 한번뿐인 삶,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나다운 삶, 주체적 삶은 무엇으로 가능할까?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 진실한 자기와 마주하는 법, 그리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향하며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법을 훈련함이 필요하다. 삶은 해석이고 표현이고 그 자체로 작품이자 예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롯이 자기와 마주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과 재능뿐 아니라 단점과 한계도 마주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의 삶도 완벽하게 성공과 기쁨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된다. 남들은 쉽게 하는데 나만 어렵고 힘든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가지지 않은 재능보다 내가 가진 것들을 확인하고, 내 모습대로 잘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그 일을 하면서 나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강의를 위해 변승욱 감독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란 영화를 10년 만에 다시 보았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형을 둔 약사 한석규와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채를 짊어진 김지수, 쉽지 않은 젊은 남녀의 삶과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고 삶이 저마다의 스토리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사랑할 때 가볍고 달콤한 솜사탕이 아니, 삶의 가장 어렵고 힘든 것들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것임을 중년에야 깨닫게 되었다. 진정 자기와 마주하는 법은 저마다의 삶에 수반된 그 깊고 슬픈 아픔과 한계를 끌어안는 것임을. 하여 내 삶의 주인으로, 자신을 가장 잘 돌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함을.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사람에 비추어 자신을 알려고 하지 말고, 늘 자신에게 비추어 자신을 발견하려 하는 사람이 되라”던 구본형 선생의 글이 자꾸만 맴돌았다.

눈만 뜨면 대중매체나 거리의 상점들은 모두 소비를 권한다. 심지어 TV 속 대부업체의 광고는 ‘돈 걱정 해결’이라는 문구로 과소비를 조장한다. 소비나 구매력의 정도에 따라 사회적 수준을 결정하는 물질중심의 사회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집을 줄이고, 학원비를 줄이고, 구매를 유도하는 대중매체와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향하며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기가 여간 쉽지 않다. 미디어 시대, ‘지름 신’과 싸워야 하고 타인을 의식한 소비가 아닌, 자기다운 삶을 위한 가치소비로 전환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보고 싶은 삶은 인생의 목표를 가지게 하고, 그 길 위에 머물게 한다. 그래서 삶의 좌표를 잊어버리지 않게 한다. 한번뿐인 삶, 살아보고 싶은 삶이어야 하지 않는가? 우리 모두 인생에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오늘, 아주 특별한 날로 살고 있는가? 사실 오늘 하루는 죽은 스티브 잡스마저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를 다 주고도 바꾸고 싶었던 그날이다. 부자가 아니어도, 명예가 아니어도, 살아있는 오늘, 우리 모두 충분히 자기답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오늘도 파이팅!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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