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인 “트럼프 보도가 푸틴에 득 안돼 판단”…백악관 잇단 러 비판발언이 배경

러시아 크렘린궁이 자국 국영언론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활동에 대한 긍정적 보도를 줄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반정부 성향 방송 ‘도즈디’의 정치 해설위원인 콘스탄틴 에그게르트는 16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기고문에서 “러시아 국영 방송 VGTRK(채널 ‘로시야’)에서 일하는 지인이 ‘지난 15일 지도부(크렘린궁)의 지시를 받았다고 알려왔다’며 지시의 핵심은 ‘트럼프는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이 러시아 최대 국영방송인 VGTRK에 트럼프에 대한 보도를 최대한 줄이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었다.

에그게르트는 조만간 VGTRK 방송이 미국 정세에 대한 보도를 최소한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토크쇼에 참여하는 친(親) 크렘린계 논객들도 일주일 전과는 정반대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확신했었다’고 말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같은 크렘린궁의 지시가 내려온 가장 큰 원인으로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사퇴 사건을 꼽았다.

플린은 보좌관 취임 전인 지난해 12월 말 주미 러시아 대사와 대러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돼 취임 한 달도 안 돼 낙마했다.

이 사건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친러 성향이 미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러한 미국 내 정치 논쟁에 관한 러시아 언론의 보도가 내년 4기 대선 도전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크렘린궁이 판단했다는 것이 에그게르트의 설명이었다.

러시아 언론은 그동안 친러 성향의 트럼프 집권으로 미-러 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해왔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 언론에서 트럼프에 대한 언급 횟수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언급 횟수를 넘어섰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크렘린궁이 국영언론에 트럼프 보도를 줄이라는 지시를 했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러시아에 덜 우호적일 수 있다는 러시아 당국의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크렘린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그러나 이 모든 보도는 “선전전”이라고 일축했다.

크렘린의 지시가 사실인지를 떠나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 발언들을 연이어 쏟아내면서 미-러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의 무력행동을 줄이고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반환하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운동 기간 중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듣기로 크림 주민은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에 속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16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 뒤 “나토는 아직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고, 그 전날에는 같은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러시아와 힘을 앞세워 협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독일 신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미-러 밀월기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끝났다“고 꼬집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친러 성향을 보이는 유럽 국가의 극우 정치인들도 집권 후에는 전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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