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안 돼 불법영업 아냐…법 맹점 이용한 편법
“도박중독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 크다” 지적

소위 ‘유행 타는 업종’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는 광주광역시 도심의 한 유흥가.

회사원 이모(35)씨는 회식을 마친 지난 13일 동료와 함께 찾은 이 거리 술집에서 생애 처음으로 ‘카지노 게임의 왕’이라고 불리는 바카라를 접했다.

술집에는 편한 자세로 오랜 시간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없었다.

블랙잭 등 카드게임을 위한 테이블이 벽면을 따라 배치됐고, 룰렛게임대가 홀 중앙을 차지했다.

1990년대 유행가와 복고풍 장식을 빼면 영화에서 봤던 카지노 도박장이 이씨 눈앞에 펼쳐졌다.

한 사람당 ‘입장료’ 1만원씩 지불하니 종업원이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내왔다.

영수증을 확인한 다른 종업원은 입장료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플라스틱 칩을 가져왔다.

칩으로 게임을 즐기거나 메뉴를 주문할 수 있지만, 현금 교환은 안 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씨는 동료들 몫까지 4만원 상당의 ‘판돈’을 손에 쥐고 바카라 테이블로 향했다.

승부는 10여 분 만에 끝났다. 1천원 단위로 바꾼 칩 40개 모두 딜러에게 넘어갔다.

이씨는 딱 한 번의 승리로 1만원을 따내기도 했다며 동료에게 바카라 체험담을 전했다.

그를 이곳으로 데려온 동료 김모(34)씨는 지난해 10월 무렵 광주 유흥가 여러 곳에 문 열기 시작한 카지노형 술집을 알게 됐다.

김씨는 카드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추가 주문 때마다 따라 나오는 칩을 받고자 마시지도 않을 맥주를 시키게 된다고 털어놨다.

김씨의 말에는 이색적인 놀이로 소개한 카드게임에 커다란 흥미를 보인 이씨가 자칫 도박에 중독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이씨 일행이 다녀간 카지노형 술집이 최근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 도심의 유흥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업소들은 술집 안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칩을 내걸고 각종 카지노 게임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환전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불법영업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 운영이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성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홍보사업과장은 “칩을 따내는 행위 자체가 사행 심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재미삼아 경험한 카드게임이 도박중독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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