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도 사고유발 측면 있으면 과실 계산…‘약한 정도’ 부주의도 과실
과실비율 인정기준 궁금하면 손보협회 과실비율 앱서 확인

▲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 애플리케이션 [손해보험협회 사진제공=연합뉴스]

양 차선에서 두 차량이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 왼쪽 차선에 있던 차량이 오른쪽으로 진로를 변경하다 해당 차선에서 직진 중인 차량과 부닥쳤다.

차선 변경을 시도한 차량 운전자는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 들어 왔고 뒤차가 추돌했으니 뒤차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직진 중인 차량 운전자의 이야기는 다르다. 앞에 가던 차가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했다고 반박한다. 이른바 ‘칼치기’를 했다는 것.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 당사자들은 서로 남 탓하기 바쁘다. 본인 입장에서 사고를 바라보기에 상대방의 잘못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사고처리 과정에서 보험사가 전해 주는 과실비율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사고 피해자로 보이는 경우라도 사고를 유발한 측면이 있으면 피해자의 과실을 계산하는 과실비율 인정기준의 셈법을 잘 모르는 데에 기인한 점도 있다.

18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과실비율 인정기준은 법원 판례 등을 참조, 여러 사고 유형에 대해 사고 당사자의 책임 정도를 나타낸 비율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유형에 해당하는 인정기준을 기본적으로 적용하고, 속도위반, 선진입 여부 등의 요소를 고려해 인정기준의 비율을 가감한다.

위의 사례와 같이 진로변경 차량과 후행직진 차량이 사고가 날 경우 기본적인 과실비율은 진로변경 차량이 7, 후행직진 차량은 3으로 나온다.

쟁점은 진로변경 차량이 완전히 차선 변경을 마무리했는지 여부다. 이는 양 차량의 파손 부위를 보면 알 수 있다. 진로변경 차량의 우측 뒷부분이 망가졌다면 진로변경이 완료됐다는 운전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과실비율을 정할 때 피해자에게 일부 책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반영한다. 그렇다고 과실을 ‘잘못’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과실을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로 정의한다.

서로 아무런 교통법규 위반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부주의에 따른 정도로 과실비율이 나뉜다.

예컨대 사거리에서 녹색 신호에 진입했지만, 차량 정체로 교차로를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차량과 신호가 바뀌어서 왼쪽 도로에서 역시 녹색 신호에 직진해 들어온 차량이 충돌했다면 두 차량의 과실비율은 어떻게 될까.

둘 다 녹색 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했으니 법적인 잘못이 없다. 하지만 이 경우 과실비율 인정기준은 교차로를 빠져나가지 못한 차량의 과실비율은 3, 신호가 바뀐 후 나중에 교차로에 들어온 차량은 7이다.

왼쪽 도로에서 진입한 차량은 교차로를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차량을 피해 안전운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각 유형에 따른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궁금하다면 손해보험협회의 과실비율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두면 좋다. 차대 보행자, 차대 차, 차대 이륜차, 차대 자전거, 고속도로에서의 사고 등 250여개 유형별 과실비율이 수록돼 있다.

보험사의 사고처리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면 손해보험협회의 구상금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심의위원이 심의하고, 그 결과는 재판상 화해의 효과가 있다.

구상금분쟁조정위의 조정 결과에 불복한다면 마지막 수단은 소송이다.

경찰은 교통사고 조사에서 사고 당사자의 법적 의무 위반과 사고 사실을 조사해 가ㆍ피해자를 구분하나 과실비율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올 하반기에 과실비율에 따라 보험료 할증을 차등화하는 방안이 시행되므로 과실비율의 산정과정을 잘 알아둬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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