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새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날들〉(매주 수·목요일 오후 9시 55분. 극본 윤성희. 연출 이장수)은 감성적인 화면을 배경으로 역동적인 줄거리를 엮어내는 뛰어난 연출자 이장수PD의 지휘 하에 화려한 출연진이 합류,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막상 첫회의 뚜껑을 열어보니, 몇몇 실망스러운 부분이 눈에 띄었다.  지난 14일 방송된 첫회는 극 전개의 개연성과 짜임새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었으며,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시청자의 예측을 빗나가지 않았다. 예를 들면김연수(최지우 분)가 같은 고아원에서 친자매처럼 자라다 헤어져 소식을 모르고 지내는 김세나(이정현 분)를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에 "빅토리 레코드"에서 일한다고 이야기하면, 다음 장면에서 김세나가 그 레코드점에 음반을 훔치러 들어오는 식이다.  훗날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김연수와 이선재(류시원)가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우연히 조우하는 장면, 김연수가 김세나에게 갖게 되는 끈끈한 연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실수로 화상을 입히는 장면 등은 목적을 위해 배치된화면이라는 것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자연스러운 극의 흐름이 아쉬웠다.  아버지 이성춘(이정길)과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이민철(이병헌)이 갑자기 6년이 지나 아버지의 회사인 "빅토리 레코드"사 기획실장으로 등장하는 것도 쉽게 이해가되질 않는다. 민철의 생각이 변해가는 과정이 극중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  제작진은 극의 빠른 전개를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성립되는 계기들을 첫회에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드라마 전체가 뒤뚱거리면서 균형을 잡고있지 못하는 느낌이다.  25년의 세월을 60분에 담아내기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한편, 류시원과 최지우는 자꾸 지난 해 방영됐던 MBC 미니시리즈 〈진실〉을 생각나게 한다는 점이 아쉽다. 당시에도 사랑하는 사이로 나왔던 두 사람은 극 중에서부여된 이미지마저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여러가지 아쉬운 부분들이 첫회에서 드러났지만 아직 이 드라마에 대해 속단하기는이르다. 최근 영화를 통해서 부쩍 성장해버린 이병헌의 연기가 살아있었고, CF모델 출신의 새내기 탤런트 신민아도 예상 밖의 호연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장수PD특유의 아름다운 화면이 극 전체를 감싸안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아름다운 날들〉은 일단 시청률에서 15.5%(TNS 미디어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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