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방송예정에서 캐스팅 문제로 편성 밀린 게 되레 ‘약’

“되는 작품은 다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과장‘도 바로 그런 때를 잘 만났습니다.”
정성효 KBS드라마 사업부 센터장의 말이다.

KBS 2TV 수목극 ‘김과장’이 지난 16일 방송된 8회에서 시청률 17.6%를 기록하며 또다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경쟁작이자, 기대작이었던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는 10.3%, MBC TV ‘미씽 나인’은 4.3%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김과장’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김과장’의 이같은 성공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약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캐스팅도 약하고, 별반 새로울 게 없는 ‘오피스 코미디’로 평가됐다.

하지만 웬걸, ‘김과장’은 쟁쟁한 경쟁작들을 가볍게 제치고 수목극 1위로 치고 나갔다. 짜릿한 반전이다. 이런 반전이 드라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다.‘

◇ 남궁민, 신의 한 수가 되다
남궁민은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틀 롤을 맡았다. 드라마 ’김과장‘의 김과장을 맡은 것이다.

그러니 성공을 점치기 어려웠다. 연기는 잘하지만, 18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주인공으로 발탁된 그가 얼마만큼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지는 물음표였다.’
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제 남궁민이 아닌 김과장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남궁민은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 타이틀 롤을 맡기려면 좀더 중량감 있고 스타성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처음에 원했던 배우들이 모두 배역 맡기를 거절했다. 캐스팅 난항이었다.

애초 ‘김과장’은 지난해 말 방송될 계획이었다. KBS는 ‘김과장’을 SBS TV ‘푸른 바다의 전설’과 맞붙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캐스팅이 안되면서 제작이 미뤄졌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찾던 제작진은 캐스팅이 계속 안 되자 방향을 틀었다. 스타성보다는 연기를 잘할, 김과장 역에 적역인 배우를 찾았고 남궁민을 낙점했다.

정성효 KBS드라마 사업부 센터장은 “김과장 역할이 남궁민하고 잘 맞아떨어지면서 드라마가 살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 센터장은 “원래 엉뚱하면서도 남을 웃길 줄 아는 남궁민의 타고난 기질이 김과장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며 “기본 연기의 바탕이 많이 쌓여있는 남궁민이 코믹한 역할을 맡으면서 타고난 성향이 자연스럽게 폭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악역과 코믹한 연기는 통하는 면이 있다”고도 했다.

전작들에서 악역을 멋지게 소화해낸 남궁민이기에 코믹 연기도 잘해낸다는 것이다.‘

◇ 되는 작품은 다 때가 있다
‘김과장’은 제작이 미뤄지면서 ‘푸른 바다의 전설’ 대신 ‘사임당 빛의 일기’를 만났다.

전지현-이민호의 ‘푸른 바다의 전설’이나, 이영애-송승현의 ‘사임당 빛의 일기’는 모두 스펙 면에서 ‘김과장’을 압도한다. 어느 작품을 만났어도 ‘김과장’이 약세일 거라는 예상이 저절로 나오는 대진표다.

그러나 ‘김과장’은 성공할 운이었던 듯 하다. ‘푸른 바다의 전설’이 기대보다 완성도가 떨어져 실망을 안겨줬지만, ‘사임당 빛의 일기’는 그보다 더 약체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푸른 바다의 전설’이 ‘김과장’과 같은 현대극인 반면, ‘사임당 빛의 일기’는 사극에 무게 중심이 쏠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장르적으로 ‘김과장’과 차별된다.

결국 ‘김과장’은 ‘사임당 빛의 일기’와 시청층이 겹치지 않으면서, 알찬 대본과 남궁민의 허를 찌르는 반전 연기에 힘입어 방송 4회 만에 ‘사임당’을 잡고 치고 나왔다.‘

정 센터장은 “되는 작품은 다 때를 만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캐스팅 난항으로 편성이 밀렸지만, 그 과정에서 스타성보다 연기력을 중심으로 캐스팅하게 되니 배역과 매칭이 잘되는 조합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빅 캐스팅은 아니었기 때문에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포진하면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고 있다”며 “대단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음에도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과장’의 박재범 작가가 특히나 인물의 캐릭터 하나하나를 잘 살리는 작가라는 점도 연기파 배우들과 만나면서 시너지를 내게 됐다.

◇ 웃고 싶을 때 찾아온 ‘김과장’
‘김과장’은 무엇보다 시청자가 웃음이 고플 때 찾아왔다. 웃고 싶은데 웃을 일이 없어 괴로워하던 차 단비처럼 찾아왔다. 적시타다.

지난 16일 방송에서도 남궁민은 기막힌 연기로 ‘개그콘서트’ 저리 가라 싶은 웃음 폭탄을 쉴 새 없이 터뜨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보조를 맞추는 조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기업 회계 비리를 고발하고, 재벌의 노조 탄압과 가진 자들의 갑질에 통쾌하게 한 방을 날리는 ‘김과장’의 이야기는 시청자의 웃음소리를 더욱 크게 만든다.

‘김과장’은 알맹이 없이 얄팍한 슬랩스틱 코미디에 의존하지 않는다. 짐 캐리가 울고 갈 남궁민의 원맨쇼가 폭소를 유발하지만, 시청자의 답답한 속을 쑥 뚫어주는 통쾌한 스토리가 있기에 더욱 유쾌한 것이다.

정 센터장은 “’김과장‘은 다같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뻥 뚫릴 수 있는 시원한 코미디로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현실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괜히 비꼬거나 어설프게 풍자를 하려고 하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데, ’김과장‘은 풍자 대신 생활 코미디를 보여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고 평가했다.

웃고 싶던 차에 시원하게 한 방 때려줬으니, 이게 바로 타이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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