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웅 전 울산여고 교장

2017년은 정유년 닭의 해다. 10간에서 한 글자를 가져온 것이 정(丁)자이고, 12지에서 한 글자를 가져 온 유(酉)자와 만나서 만들어진 말이다. 필자가 닭띠라서인지 다른 가축들보다 닭을 더 좋아한다. 새벽을 알리는 화려하고 기품있는 수탉의 “꼬끼오” 소리가 야근하고 새벽잠을 자야 하는 한 이웃주민에게 불편을 준다고 해서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됐으나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전화도 오고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은 “수탉이 없네요. 어디갔어요”하고 서운해 한다.

수탉은 무리의 리더이기도 했다. 지렁이를 잡아 특유한 소리로 신호를 보내면 암탉이 달려온다. 작은 먹잇감이라도 자기는 먹지 않고 암탉에게 먼저 건네준다. 그에 비해 암탉은 다소곳하지만 본분을 다한다. 여러가지 위험속에서 새끼를 지켜내는 어미 닭의 정성과 사랑은 보면 감동이다. 까치나 고양이 소리가 나면 무리의 병아리를 한 마리도 남김없이 품속에 감추어 보듬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손주녀석들도 신기해 한다. 여섯 마리의 닭과 함께 교감하면서 서로 즐거움을 주고 받고, 사랑하는 심성을 갖도록 하고,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 다양한 문화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주인을 잘못 만나 통솔자인 수탉없이 살아가야했던 암탉들에게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다. 우리 식구들은 유정란을 먹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 불편한 공간에서 거의 매일 알을 낳아준 암탉에겐 감사한 마음이다.

닭은 알을 품고 있기 때문에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덕을 갖춘 가축이다. 또한 사회성이 매우 강한 동물이다. 주인이 늦잠을 자면 방문 가까이 다가와 “꼬꼬꼬” 소리를 내면서 잠을 깨우기도 한다. 문득 주인의 욕심에만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이쁘고 사랑스런 가축이지만 포기해야만 했다. 여름철이면 분비물의 냄새와 처리도 문제가 있었다. 깨끗한 공기와 햇볕이 제공되어야 하고 자유롭게 날갯짓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어야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이동웅 전 울산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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