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냉각, 낙오 경고음 확산
창의력 원천봉쇄하는 교육이 원인
교육혁신 더 미루다간 국가미래 없어

▲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모두가 나아가는데 나만 제자리면 낙오다. 대한민국 성장 엔진이 식어 간다. 이 땅 곳곳에 ‘낙오’의 경고음이 음산하게 울리고 있다. 사실 이런 경고가 울리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래서 역대정부와 국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외친 거의 유일한 것이 ‘신성장동력 발굴’이다. 언론도 가세해 왔다. 모두가 인정하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는 의미다. 해묵은 난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왜 답을 못 찾나? 왜 메아리처럼 매년 우리 귓전을 때릴까?

한국인은 머리 좋고 부지런하다. 인내심도 남다르다. 그런데 창의력은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평가다. 여러 사회과학적 조사결과다. 똑똑한데 창의력은 왜 부족할까? 후발주자로 시작해 역전한 분야는 많아도, 선도 분야가 드문 이유가 무얼까? 우리 모두 정답은 알고 있다. 교육문제다. 교육은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데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다. 교육을 통해 정립한 가치체계에 따라 구성원들이 사회를 가꾼다. “수확한 곡식이 마음에 안 들면 뿌린 씨앗을 살펴보라”는 말처럼 현실사회는 교육이 투영된 거다. 결국 우리가 상대적으로 창의성이 부족한 것, 미래 먹거리 찾는데 고생하는 이유가 교육 내용이나 방식에 있을 거라는 유추는 상당히 합리적이다. 괜히 교육이 백년지대계이겠는가.

우리 학생 10명 중 7명이 사교육을 받는다. 생후 22개월부터 18조원 사교육 시장에 뛰어든다. 부모의 재력이 아이 성적을 좌우하고, 그래서 부가 대물림된다는 비판도 새롭지 않다. 여기까지도 심각한 문제지만 교육의 골격이 온통 ‘주입식 강의’ ‘암기’라는 대목에 오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심하게 표현하면 우리교육은 ‘상상’과 ‘다른 생각’을 금지한다. 반골은 열등생이 된다. 손가락질 받고, 부모는 고개도 못 든다. 나름 우등생들은 공무원 시험에 몰린다. 한 해 30만 명이다. 대기업·공기업 입사 경쟁률 높이는데도 힘을 보탠다. 열등생 취급받는 학생들은 매정한 사회에 눈물 삼키며 언젠가는 사라질 단순한 일을 찾는다. 이것이 대학진학률 71%인 대한민국 교육의 민낯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고, 낡은 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발칙한 상상을 마음껏 할 수 있을까?

선진국 교육의 공통점은 자유로운 상상과 토론이다. 취학 전 문자교육을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뺏는다는 이유에서다. 자유로운 상상을 자양분 삼아 자란 아이들은 넘치는 아이디어를 주체 못한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창업한다. 스무살 스티브 잡스가 집 창고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 공대생은 1등부터 10등까지 창업을 한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만 내밀면 학교는 창업을 지원한다. 투자자도 찾아준다. MIT 출신이 만든 기업이 3만200개나 되고 연매출은 2조달러(약 2200조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그래서 놀랍지도 않다. 그것도 몇 년 전 자료다.

인류문명은 상상의 소산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없었다면 지구는 아직 허허벌판일 터. 공상·상상은 인류 미래의 밑그림이다.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 며칠 후 새 학년이 시작된다. 우리아이들은 상상력을 죽이는 암흑의 공간에 갇힐 것이다. 우리교육, 근본부터 따져봐야 한다. 국민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부터라도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 성급해선 안 되지만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그 시발점은 여론이 돼야 한다. 교육에 관한한 여론을 거슬러 문제를 제기할 정치인이나 관료는 나타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을 망칠 셈이냐” 한마디면 모든 게 끝이다. 학부모님들, 선생님들, 그리고 뜻 있는 시민들의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2017년 대한민국 교육 어젠다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유를!’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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