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 강철 주(駐)말레이시아 북한대사를 20일 오전(현지시간) 초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아직 강 대사 소환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의 수사 상황과 관련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북한대사관의 ‘수사방해’ 행위를 경고하고 원활한 수사와 용의자 체포를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대사관은 지난 13일 김정남 피살 직후 부검에 반대하며 시신 인도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강 대사는 17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남 부검에 대해 “기초적인 국제법과 영사법을 무시하는 행위로 인권 침해이며 우리 시민에 대한 법적 권리의 제한”이라고 말레이시아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15일 김정남 시신 부검이 이뤄진 쿠알라룸푸르 병원에는 강 대사를 비롯한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몰려가 부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국이 1973년 수교 이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일로, 말레이시아 정부의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해 북한 측이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대사관의 이런 움직임이 자국 주권 침해행위이라는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나서 강 대사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강 대사에게 김정남 피살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각인시키고 북한 측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북한 측에 이미 평양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용의자 4명의 송환을 요구할지 관심을 끈다.

현지 언론들은 김정남 암살사건의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범행 직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를 경유해 평양에 갔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적 리정철이 범행을 부인하고 그가 암살단의 현장 가이드 역할 등 후방지원과 잡무를 담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평양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북한이 말레이시아로부터 이들 용의자의 송환 요구를 받더라도 김정남 시신 부검 등에 대한 사건 초기 대응방식을 볼 때 응할 가능성이 없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점증하는 북한 배후설을 잠재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강 대사가 말레이시아와 ‘적대세력’의 결탁 의혹을 제기하며 “한국 정부가 정치 스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해 북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한 데서 보듯이 사건의 진상을 흐리며 국면전환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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