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신문 “네타냐후, 미국 제시 평화안 거부”

이스라엘과 이집트·요르단 두 아랍국이 지난해 미국 중재로 요르단의 아카바에서 비밀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의 지역 평화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버락 오바마 전 미 정부 관리 2명의 말을 인용, 케리 전 장관이 지난해 2월 중재한 비밀 정상회담에 네타냐후 총리 외에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이 참석했다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케리 전 장관은 아랍국들이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인정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유하는 수도로 인정하는 대신, 이스라엘은 일부 아랍국들의 지원 하에 팔레스타인과 평화회담을 재개하는 안을 제시했다.

케리 전 장관은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으로 점령한 영토에서 철수하는 대신 아랍 이슬람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평화를 맺도록 하자는 사우디 아라비아 주도의 기존 ‘아랍평화안’을 이스라엘의 입맛에 맞게 손질했다.

한 예로 현재 이스라엘 땅인 팔레스타인의 실지(失地)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돌아가게 하는 이른바 ‘귀환권’에 관한 표현을 완곡하게 수정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 우파 연정 내에서 충분한 지지를 끌어낼 자신이 없다며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비밀 정상회담 사실을 공개한 오바마 전 정부 관리들도 미국의 제안에 이집트와 요르단 정상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한 관리는 당시 회담의 주목적이 네타냐후 총리도 원한다고 밝힌 지역 평화과정을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과 일부 아랍 지도자들을 만나는 것 외엔 관심이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또다른 전직 관리는 팔레스타인 독립에 반대하는 극우 민족주의 계열이 장악한 네타냐후 총리 연정 내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랍 국가들의 반응도 다양한 편차를 보였다고 전하고, 다만 팔레스타인 측은 자신들에게 강요될 양보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리쿠드당 소속 각료들에게 비밀 정상회담이 열린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제안으로 회담이 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이집트의 엘시시 대통령실도 성명을 내고 아카바 비밀 정상회담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회담이 열린 사실을 묵시적으로 확인했다.

케리 전 장관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과 팔레스타인 측의 이스라엘 인정 거부로 2014년 결렬된 평화과정을 복원하기 위해 장관 재임 말기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으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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