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 ‘후후후의 숲’
한줄한줄 흥미진진하게 가족·사랑 이야기를 풀어내

·안영실 ‘화요앵담’
새콤한 앵두 맛 나는 한편의 긴 시같은 이야기 담아

·최민석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풍자·해학 품은 글로 짜릿한 일상탈출 상상력 펼쳐

·김솔 ‘망상, 어’
일상경험을 작가 특유의 몽환적 상상력 발휘해 접목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단편보다 더 짧은 초단편 소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분량은 200자 원고지 20장 내외로, 소설 한편을 다 읽어내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 초단편 소설은 ‘엽편(葉片)소설’ ‘장편(掌篇)소설(손바닥소설)’ ‘미니 픽션’ 등으로 불리며, 스마트폰 환경에 적합하다고 해서 ‘스마트 소설’이라고도 한다. 20세기 초 중남미에서 시작돼 보르헤스 등 세계적 작가들이 초단편 작품을 남겼는데, 한 줄짜리의 극단적 분량도 있다. 소설가 성석제 역시 이달 말쯤 초단편 소설집을 낼 예정이다. 지난해 출간된 조경란 작가의 소설집 <후후후의 숲>과 최민석의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을 비롯해 최근 발표된 안영실의 <화요앵담>, 김솔의 <망상, 어> 등을 만나본다.

▲ 조경란 ‘후후후의 숲’

◇후후후의 숲

지난해 소설가 조경란씨가 짧은 소설 31편을 묶어 <후후후의 숲>을 펴냈다. 사랑, 가족, 우정, 세태 등 소재는 다양하다. 이야기들 밑바탕에는 공통으로 위로의 정조가 흐른다.

조 작가는 본인이 쓸 수 있는 가장 짧은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선언한 이후 7개월에 걸쳐 매주 한편씩 소설을 썼다. 그렇게 원고지 10매 내외 분량의 아주 짧은 이야기 31편을 완성했다. 단 한 글자의 군더더기도 없이 말끔하게 쓰인 이야기들은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뜻밖의 웃음과 잔잔한 감동까지 안겨준다.

여기엔 어려운 이야기도, 복잡한 줄거리도, 충격적인 사건도 없지만 한 줄 한 줄이 놀랍고 흥미진진하다. 잘 쓰인 짧은 소설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 안영실 ‘화요앵담’

◇화요앵담

안영실 작가는 자신의 초단편 소설을 앵두에 빗대어 <화요앵담>이라는 소설집을 펴냈다. 나른한 화요일을 깨우는 새콤달콤한 앵두 맛 이야기라는 뜻이다. 작품 1편의 분량이 고작 손바닥만 한 크기 책의 5~6쪽가량 된다.

이 소설집에는 안 작가가 2000년 중반부터 10년여간 써온 100편 이상의 소설 중 57편이 담겨 있다. 한 편의 긴 시(詩)라고 봐도 무관한 분량이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독립적이고 개성적인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다.

▲ 최민석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최민석의 초단편 소설집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심플한 문체로 쓰여 단숨에 읽히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40여 편의 짧은 작품들이 수록된 초단편 소설집이다. 이야기꾼인 저자는 끝을 모르는 풍자와 해학이 담긴 짧지만 강렬한 글들을 통해 따분한 세상에 일상의 짜릿한 일탈을 선물해준다.

노벨상을 수상한 최민석 작가가 부상으로 본드걸의 체취가 듬뿍 묻어 있는 스포츠카를 받는 이야기, 두 개의 항문을 지닌 최민석 작가의 동창생 장희 씨의 이야기, 중2 병 진단을 받고 좌절에 빠져 있던 최민석 작가가 실은 중3 병이었다는 이야기, 인류를 멸망시킬 미시시피 모기떼가 최민석 작가의 노래를 듣자마자 후두둑 떨어져 멸종했다는 이야기 등 도대체 어디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도 없는 흥미진진한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 김솔 ‘망상, 어’

◇망상, 어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내기의 목적’이 당선돼 등단한 작가 김솔도 초단편소설집을 발표했다. <망상, 어>는 김 작가 특유의 몽환적인 문장들로 풀어낸 기발한 짧은 소설 36편이 모아진 책이다. 시간과 공간, 국적, 심지어는 성별까지 뒤섞어버린 채 오롯이 ‘이야기하다’라는 행위 자체에 골몰해 써내려간 낯설지만 살아 있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단편소설보다도 훨씬 짧은 이야기 속에 삶에 대한 비애와 회한과 유머와 감동을 동시에 담아냈다. 엄연히 우리 주변을 살지만 어딘가 이상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에 주목하면서 신문이나 뉴스에서 접한 믿기 힘든 이야기, 작가 자신이 오랜 직장생활과 외국생활에서 경험한 웃지 못 할 비애와 생경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들의 모습은 결코 유별난 것이 아니며 정작 이상한 것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이 세상이라고 역설한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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