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사업분리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임시주주총회에서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이 통과될 전망이다. 국제의결권자문기구(ISS)도 분할에 찬성의견을 나타냈다고 하니 변수는 없을 듯하다. 노조는 분사를 반대하며 주총 당일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의 위기와 더불어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지역사회도 일자리와 인구감소에 대한 불안감으로 동요하고 있다.

이같은 동요는 20일 권명호 동구청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삭발로 크게 드러났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을 저버리면 안됩니다’라는 현수막 아래서 진행된 권청장을 비롯한 시·구의원들의 삭발식은 매우 자극적이다. 권청장은 “구조조정과 분사에 따른 사업장과 본사의 역외 이전을 철회하고 통합R&D센터도 울산에 건립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구청장의 삭발이 현대중공업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볼 일이다.

현대중공업이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한 군산은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 지난 주말 방문했던 군산시 중심가에는 빈 가게들이 수두룩했다. 현대중공업의 분사가 동구 경제에 미칠 파급력에 대한 동구청장의 우려와 불안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기업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민요구에 대한 기업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에 삭발이라는 자극적인 행동이 최선이었는지, 공감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의 미래는 울산경제의 미래다. 장기적 대책을 세워야지, 당장의 일자리와 인구감소에 급급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상 인구감소는 크지도 않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유출된 인원이 788명이고 유입된 인원이 1016명으로 오히려 직원수가 증가했다고 말하고 있다. 군산조선소 일시중단에 따른 유입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 동구와 울산시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분사 등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단행하게 될 자구계획이 울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문적 분석과 대안 마련이다.

울산은 우리나라의 산업수도라고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대기업의 높은 생산성으로 인해 그저 얻은 이름에 다름 아니다. 이름에 걸맞는 시스템은 거의 갖추고 있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제대로 된 산업수도였다면 글로벌 조선위기가 시작됐을 때 그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시스템이 가동됐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사업분리 계획에 구청장이 삭발로 대처하는 도시가 진정 산업수도인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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