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사업장 역외 이전으로...지역사회 위기감 고조 전달

연구개발 기능 울산 유지해야

▲ 김기현 울산시장(왼쪽)은 20일 현대중공업을 방문, 경영진들과 조선해양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울산시 제공
현대중공업의 분사를 앞두고 “탈울산의 신호탄”이라는 지역사회의 우려와 “경영효율화를 위한 필수 조치”라는 회사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과 회사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양측이 실질적인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사와 구조조정이란 회사의 경영적 판단에 맡기고, 대신 일자리 감소 등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하자는 울산시의 접근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비(非)조선사업 부문인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을 인적 분할해 3개의 신설법인을 만드는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다. 통과되면 4월1일 분사가 이뤄져 각 사업부문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새 이름을 달게 된다.

체질개선에 따른 경영효율화와 경쟁력 확보 차원이라는 기업의 경영상 판단이 분사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분사가 진행되면 외향상 탈울산으로 비칠 소지가 많다는데 있다.

전기전자부문의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건설장비 부문의 현대건설기계 본사는 서울로 옮겨지게 된다. 로봇부문의 현대로보틱스는 이미 본사와 사업장이 대구로 옮겨지는 것이 확정됐고, 지난해 12월 분리된 선박서비스부문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부산으로, 그린에너지부문은 충북음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대해 회사는 “건설장비와 전기전자 부분의 경우 일부 사무직 직원들만 자리를 옮기는 것이고 사업장은 울산에 위치해 전체 근로자 대비 이동은 소규모”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우려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경우 본사를 울산에 둔 특수성과 그동안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력과 비중 등이 상당했다는 점에서 지역에서는 위기론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위기에 놓인 기업의 생존을 위한 판단을 무시한 채 희생만을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이날 현대중공업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일부 분사 사업장의 역외 이전은 우려스럽지만 지역 인구와 일자리 감소는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분사사업장 및 지역에 있는 연구개발 기능과 인력은 울산에서 계속해서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노동계 관계자도 “무조건적인 기업희생과 지원을 요구하는 시대는 끝났다. 회사는 경영을 위해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지역사회가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분사가 현실화됐을 경우를 대비해 “회사에 지역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수 있도록 신규 투자 계획 등 향후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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