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연구원 “치명적 독극물 보툴리눔 등 5종 무기화 추정”

군 당국은 김정남 ‘독살’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이번 사건은 북한이 생화학물질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했다.

말레이시아의 수사로 북한이 암살의 배후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김정남의 숨을 멎게 만든 독극물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유사시 생화학물질을 생물무기나 화학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기술과 시설을 갖춘 것으로 군과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21일 “북한은 40종에 가까운 생물무기용 병원체와 화학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이들 생화학물질을 무기화할 수 있는 의지가 있고 실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저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발간한 공식 자료에 의하면 북한이 보유한 생물무기용 병원체는 13종이다.

7종의 세균작용제(탄저균, 브루셀라, 야토균, 장티푸스 등)와 1종의 리케차(발진티푸스), 3종의 바이러스(천연두, 황열병, 유행성출혈열), 2종의 독소(보툴리눔, 황우) 등이 대표적인 생물무기용 병원체이다.

일본의 옴진리교가 도쿄에서 여러 번에 걸쳐 살포한 보툴리눔은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KIDA와 군 당국은 “이 가운데 무기화가 진행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보툴리눔 등 5종”이라며 “특히 탄저균은 치사율이 높아 무기화가 가장 유력시되는 작용제”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평양에 있는 국가과학원 예하의 제1생물연구소, 평성의 미생물연구소, 평북 피현군 백마리 세균무기연구소, 평북 정주 25호공장, 평북 선천 세균연구소 등 17개소의 생물무기 연구 및 배양·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IDA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다양한 종류의 화학무기를 대량으로 제조해 한반도 전역에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화학무기 보유량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작용제는 25종에 달한다.

화학적 성질에 의해 인명을 살상하는 화합물인 화학작용제는 질식작용제, 신경작용제, 혈액작용제, 수포작용제 등이 있다.

사린(GB), V-작용제(V계열) 등 신경작용제 6종, 겨자(HD)와 루이사이트(HL) 등 수포작용제 6종, 시안화수소(AC) 등 혈액작용제 3종, 포스겐(CG) 등 질식작용제 2종, 구토·최루작용제 8종 등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2가지 혼성화합물로 이뤄진 화학작용제를 개발 중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북한은 함흥 2.8 비날론 단지 등 16개소의 화학무기 관련 시설을 운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보유한 화학무기 투발수단은 포병부대의 야포와 방사포, 전략군의 각종 미사일, 항공 및 반항공군의 항공기 등으로 다양하다”면서 “이런 화학무기 운용 능력으로 전시에 전·후방지역에 동시 투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남에게 사용된 독극물이 신종 물질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무인기나 특수요원에 의해 서울 등 대도시에 은밀하게 살포할 경우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내고도 원인 추적을 어렵게 할 능력도 갖춘 셈이다.

한편 북한은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시리아 정부군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수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미국 국방정보국 선임정보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북한은 1990년대부터 탄도미사일과 재래식 무기를 비롯해 다양한 무기프로그램을 시리아에 수출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은 화학무기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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