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일상을 잠시 놓아두고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 새로운 어떤 것을 경험하고 싶을 때, 조금의 자극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여행을 떠난다. 그것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되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것에 대한 모험이나 도전이 되기도 하며, 가끔은 문화적 충격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는 어떠한 목적도 없이 떠난 그 낯선 곳을 걷고 있다는 것 자체로 짜릿하고 희열감을 느낀다.

안은경의 지난 평면작업에서 여행캐리어를 보면 그렇다. 여행자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 아니라 화려한 색면의 캐리어 자체가 미소를 짓게 한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도 작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지출 비용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니, 안은경의 여행시리즈가 현대인에게 어떤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짐작된다.

‘회복을 위한 여정’은 뉴욕에서 여행캐리어를 들고 한 곳을 주시하며 서 있는 작가와 빠르게 지나쳐 가는 수많은 군중들을 영상으로 담은 작업이다.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즐거움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과 언어, 종교, 문화 속에서 자신을 찾는 삶의 중요한 과정으로 느껴지게 한다.

▲ THE JOURNER TO THE RECOVERY 회복을 위한 여정 영상작업 스틸컷 (타임스퀘어, 뉴욕) 2016

작가가 여행캐리어에 즐겨 그리는 전통민화의 주된 소재인 모란이나 잉어는 시각적인 효과 뿐 아니라 낯선 땅에 서 있는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보인다. 작가에게 있어 여행이라는 ‘공간과 시간의 일시적인 이탈’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이며,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등 또 다른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재충전의 기회라고 한다.

작가의 꿈은 평면회화에서 입체작업으로 실제화 되고 영상작업으로 깊이를 더해가며 착실하게 실현되어가고 있다. 안은경 초대전이 오는 23일부터 3월11일까지 울주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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