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 가수 최백호...인생곡 ‘낭만에…’ 담긴
기념 앨범 불혹 3월 발표...같은달 11~12일 공연도

▲ 싱어송라이터 최백호(67·사진)는 ‘낭만 가객’으로 불린다.

싱어송라이터 최백호(67·사진)는 ‘낭만 가객’으로 불린다.

45세이던 1995년 발표해 20여 년간 사랑받은 대표곡 ‘낭만에 대하여’의 영향이겠지만 까칠한 탁성에 깃든 쓸쓸한 무드는 평범한 가사에도 낭만을 입히는 운치가 있다.

“전 꽤 낭만적인 사람이에요. 허허허. 단순하거든요. 인생이란 게 깊고 복잡하게 계산하면 힘들어지죠. 고민이 있어도 길게 못 가고 심각하게 상처도 안 받아요. 단기 기억이 떨어져선지, 안 좋은 일에 몸이 움츠러드는 자기 보호 능력이 뛰어나선지….”

천성적으로 부끄럼이 많고 소극적이던 그가 어느새 올해로 40년간 무대에 섰다. 23일 0시 선공개할 ‘바다 끝’을 시작으로 3월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을 발표하고 같은 달 11~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기념 공연을 펼친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동 뮤지스땅스에서 만난 그의 소회에는 행간에 여러 의미가 스몄다.

“전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개인적인 굴곡은 좀 있었는데 정말 운 좋게 살아남았어요. 저 자신의 가치보다는 다른 어떤 힘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최백호에게 가장 아팠던 이별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이다. 부산 기장군 출신인 그는 생후 5개월에 2대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었고, 20살에 암투병하던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죽음이 가까이 있었기에 어린 시절부터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고민했다는 그는 환갑이 넘어 깨우쳤다면서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부모의 영혼은 자식에게 깃들어 작용하는 듯해요. 제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DNA도 있지만 능력치를 넘어 뭔가가 작용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문득 악상이나 영감이 떠오를 때도요. 부모님의 힘이라고 생각하죠.”

그의 인생곡은 바로 ‘낭만에 대하여’이다.

노래 중간의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란 가사가 가장 먼저 써지더라고 했다.

“방 너머에서 설거지하는 아내를 보면서 ‘내 첫사랑도 저렇게 설거지를 하고 있겠지’란 생각이 문득 떠올랐어요. 하하. 그 뒤로 ‘옛날식 다방’ ‘색소폰’으로 살이 붙었죠. 발표하고 1년 반가량 있다가 김수현 선생님의 ‘목욕탕집 남자들’에 삽입되며 떴어요. ‘내 마음 갈 곳을 잃어’가 2년이 지나 노래의 힘이 떨어졌다면 이 곡은 20년이 지나도 힘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없어요. 인생곡이죠.”

40년 앨범에도 이 두 곡을 싣는다. 또 자작곡인 ‘위로’와 ‘하루 종일’을 비롯해 혜은이의 ‘눈물샘’과 린의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더이다’ 등 그가 작곡해준 다른 가수의 곡도 채웠다.

그간 동료나 후배들에게 곡을 선물하고 아이유와 듀엣 하는 등 열린 마음으로 교류해온 그는 2011년부터 원로 가수와 인디밴드를 지원하는 (사)한국음악발전소를 이끌고 있다. 또 정부 지원을 받아 어려운 음악인에게 연습실과 녹음실 등을 적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음악창작시설 뮤지스땅스의 ‘대장’이기도 하다.

그는 “사명감 없이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사명감이 생겼다”며 “하지만 나보다 젊고 활동적인 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이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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