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혜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얼마 전 대학원 후배로부터 SNS가 왔다. “지금 이○○ 선생님의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옛날에 함께 했던 선생님들이 생각이 나 소식을 보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후배는 이선생과 같은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기에 퇴임을 알려온 것이다. 필자와는 대학원 박사과정의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이선생은 2년 후배였지만 나이는 훨씬 많았는데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소식을 듣고 나니 오래전 시간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축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밝은 목소리로 반갑게 맞아준다. 축하인사가 끝나자 이선생은 그렇지 않아도 퇴임사에서 정선생 이야기를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얘기나고 물었더니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에 들어갔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고 부담이 커서 박사학위까지는 못하고 수료로 끝내려 했을 때 정선생이 그래도 마무리를 해야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없다며 당장은 지치더라도 곁에서 도와드릴 테니 조금 더 힘을 내시라고 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 퇴임사에서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렸지만 진심으로 격려해 준 ‘나이어린 선배’가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퇴임의 변을 했다며 고맙다고 했다.

당시 이선생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맡은 업무도 많은데다 논문의 진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힘들어 했다. 그러나 학위과정을 무사히 마쳤고 그 후 더욱 열정적으로 일한 결과 교장의 직책까지 맡아 그 분야와 관련된 사람들은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많은 일들을 했다. 이선생과 진심어린 인사를 주고받은 후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감회에 젖었다. 어느 순간의 작은 격려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음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살면서 앞만 보고 바삐 달리는 경주를 하고 있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직진의 연속이다. 주변에 무관심하며 나의 일이 더 중요하고 바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관심과 걱정은 가볍게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누군가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변에는 마음을 공감하고 진심으로 들어줄 아무도 없음을 느끼게 되어 더 힘들고 외로울 때가 있다. 그것이 가끔일 수도 있고 일상이 될 수도 있으며, 힘든 그 사람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

공감하는 삶! 사람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 보내는 작은 관심과 말 한 마디가 타인에게 변화를 주고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면 내가 건넨 크기보다 수백 배 더 큰 결과로 그 사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살아가면서 우리의 말과 행동이 타인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생님, 명예로운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정영혜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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