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치부장
나라의 ‘머슴’(public servant)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무척 바빠졌다. 탄핵이다 뭐다 해서 실의에 빠져 있는 머슴을 뒤로 하고 새로이 머슴이 되고자 하는 머슴 후보들이 자신의 힘과 기술을 자랑하러 다니느라 분주하다.

오는 26일(음력 2월1일)은 머슴들이 이월밥을 먹고 나서 남자는 지게 다리 잡고 울고, 여자는 울타리 문을 잡고 운다는 머슴날이다. 그냥 ‘이월초하루’라 부르기도 하고 ‘머슴날’ ‘노비일’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날 먹는 ‘이월밥’은 한 해 고된 농사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래서 이월밥 밥상에는 술과 함께 생선도 통마리로 구워 올려주고 김도 자르지 않고 준다. 그렇지만 이월밥의 끝은 눈물밥이 되기 일쑤다.

이월초하루는 영등할매를 영접하는 날이기도 하다. 영등할매는 어업과 농사를 관장하는 일종의 바람신(神)인데, 매년 음력 2월 초하룻날 내려와 스무날쯤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민가에서는 2월을 영등달 혹은 영등철이라고 불렀다. 영등할매가 지상에 머무는 기간에는 바람이 드세 가정에선 부엌 살강 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빌거나 영등제를 올리며 평안을 기원했다. 영등할매는 음력 2월의 계절풍을 인격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경칩과 춘분이 들어 있는 2월은 만물이 생동하면서 머슴들에게는 고달픈 일과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런 머슴들에게도 등급이 있는데, 25~43세의 농사경험이 풍부한 장년층은 상머슴, 50세 전후의 중노년층은 중머슴, 19세 미만의 청소년과 55세 이상의 노년층은 담사리라고 불렀다. 나이뿐만 아니라 일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이처럼 분류되기도 했다.

나라의 가장 큰 일을 해야 할 상머슴을 뽑는 일이 눈 앞에 다가왔다. 너도 나도 일을 잘 한다고 떠들고 있지만 정작 자리에만 앉으면 머슴의 본분을 잊고 군림하려 하니 그것이 문제다.

이재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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