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봄의 맛, 봄동

 

열량이 아주 낮고 식이섬유 다량 함유
칼륨·칼슘·인·철분 등 무기질도 풍부
참기름으로 요리하면 체내 흡수 높여

매서운 추위 앞에 푸른 것들은 모두 무릎을 꿇은 줄 알았다. 그런데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언 땅에 누워 살을 에는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독한 녀석들. 덕분에 묵은 것에 지친 입은 사각사각, 달콤해졌다. 잠자는 오감이 흔들리고 만다.

긴 겨울을 지나와서 일까. 봄만큼 제철 음식이 달게 느껴지는 것도 없다. 맛과 영양도 최고가 된다. 인생과 비슷하다. 그저 자연의 섭리를 닮은 봄동은 추운 겨울을 가장 먼저 뚫고 나오는 푸릇푸릇한 맛이다. 봄동을 먹어야 비로소 봄이 온다.

냉이, 달래 등과 함께 대표적인 봄채소로 분류되는 봄동은 예전에는 작은 배추를 그냥 밭에 둔 것이었다. 겉잎이 속잎을 단단히 감싸고 있는 결구형태(속이 꽉 참)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추이다.

노지에서 겨울을 나며 자라서 잎이 결구되지 않고 바깥으로 벌어지는 형태가 봄동이다. 그냥 무심코 밭에 버려 둔 것이 맛의 신세계를 연 셈이다.

지금은 봄동을 따로 재배해서 공급하고 있다. 봄동은 비교적 따뜻한 전남 해남, 진도, 완도, 신안 등 남쪽 지역의 노지에서 재배되며, 전국 생산량의 90%이상을 차지한다. 파종 시기는 9월이며 파종 후 60~70일이면 다 자라 11월부터 수확을 한다. 그러나 한겨울보다 1~3월에 재배하는 봄동이 단맛이 강하고, 아삭하다.

봄동 고르는 법은 밑동이 굵고, 잎이 너무 크지 않고 두껍고 짧으며, 흰 줄기 부분이 적고 속이 노란 것이 좋다.

겉잎은 억세고 두꺼우므로 국이나 쌈으로 이용하면 좋다. 속잎은 부드럽고 단맛이 있어 살짝 데쳐서 무쳐 먹거나, 생으로 샐러드나 겉절이를 해 먹는 것이 좋다. 겉절이를 할 때는 소금에 절이지 말고 먹기 직전에 썰어서 무쳐야 풋내가 적고 아삭거리는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봄동은 100g에 21㎉로, 열량이 아주 낮은 편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와 다이어트에 좋고,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 칼륨, 칼슘, 인, 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철분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C가 많아 빈혈 예방에 좋다. 또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A와 베타카로틴(β-carotene)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여주고, 시력 증진에도 효과적이다.

봄동은 무기질과 비타민A가 풍부하지만,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하므로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봄동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지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참기름 등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요리하면 체내 흡수를 높일 수 있다.

‘언제부턴가 엄동의 조개골 비집고 실낱같은 물길 열더니만 보세요, 큰일 났어요 그 물길 콸콸 그리움 되어 밤마다 내 가슴엔 막막한 홍수’

권경업 시인은 ‘우수(雨水)’를 이리 표현한다.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인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이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난 토요일이었다. 밤마다 콸콸 쏟아지는 그리움을 이겨내고 분명 봄은 우리 곁에 와 있다.

▲ 박미애 울산공업고등학교 영양교사

봄이 오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슴 한편에서 이름 모를 벅찬 감정들이 솟구쳤다. 봄바람은 손발도 없는 것이 나를 바깥으로 밀어냈다.

봄이 오면 들판은 야채가게가 된다. 그래서 이빨 빠진 칼과 바구니를 들고 지천으로 널려 있는 봄나물을 캐며 쏘다녔다. 배가 고프면 봄동도 뜯어먹고 땅속에 묻혀있는, 씹을수록 달짝지근한 배추뿌리도 캐 먹었다. 이렇게 내 마음과 몸은 봄바람과 함께 영글어져 갔다.

봄맞이 준비로 온 몸이 나른하다면, 바람맞고 차가운 땅에서 얼고 녹으며 강인해진 봄동으로 요리 해 먹어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왠지 올 한 해 더욱 야물어져 있는 나를 만날 것만 같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힘차게 인생의 봄을 맞아보자.

박미애 울산공업고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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