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헌산(하)

▲ 전 고헌산 정상 표지석. 추억의 아름답던 정상석 표지석은 사라졌다.

정상에 새로 만든 정상석을 보며
획일적 밀어붙이기식 행정 보는듯 씁쓸
정상석 앞 전망대 서면
신불산·간월산 등 아름다운 경관 한눈에

정상서 5분거리 동봉에 서면
동쪽으로 울산도심 서쪽으로 문복산 조망

고헌사 방면 하산길 내려서면 용샘 나와
겨우내 막힌 오물 제거하고 물길 트인후 이동
고헌사 들러 합장한뒤 산행 마무리

고헌산 서봉에서 우레들을 바라보는 눈의 호사를 누린 뒤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나무데크 길을 따른다. 가을철이면 주능선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20여만 평의 억새평원이 등산애호가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끌어 당긴다. 특이한 것은 고헌산의 억새는 영남알프스의 다른 산들의 억새보다 키가 큰 편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강한바람이 이 억새들을 자랄 때부터 튼튼하고 강하게 자라게 하였을지도 모른다. 고헌산 능선에 올라서면 어느 때나 북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소백산의 칼바람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한기를 느낄 정도로 강한 바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잠시 후 고헌산 정상(1034m)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새로 만든 정상석과 케른(cairn)이 있다. 이곳 역시 영남알프스의 다른 산처럼 정상표지석을 바꿔 놓았다. 행정당국의 획일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산꼭대기에 있는 정상석을 모두 바꿔야만 했을까? 그것도 가관인 것이 정상표지석의 정면이 북쪽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석을 세울 때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 때 관리 감독했던 공무원은 순간 눈먼 장님이 되었단 말인가? 이유야 있을지 모르지만 추억의 아름답던 정상석과 표지석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많은 돈을 들여가며 육중한 대리석으로 산 정상석을 모두 바꿔야만 할까? 오늘 따라 말없는 저 고헌산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 고헌산 용샘.

정상석 앞에는 넓은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다. 발아래에는 고헌산 정상과 서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대통골과 곰지골을 담아내고 그 사이로 그림 같은 신기마을과 궁근정마을이 펼쳐지고, 신불산과 간월산, 그 앞으로 배내봉과 가메봉, 밝얼산, 오두산, 송곳산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편 북쪽으로는 건천, OK목장과 방주교회, 단석산까지 확인할 수 있다. 돌리려는 발걸음을 못내 아쉬워하며 운문령에서 이어지는 낙동정맥과 가지산과 대통골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은 후 이동통신 중계소와 산불감시초소, 최근에 별도로 설치된 무인 산불감시 카메라가 있는 동봉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상에서 고헌사 방향으로 곧바로 하산하는 등산로도 있다.

잠시 후 삼각점 안내판이 위치한 고헌산 동봉(1034m)에 도착한다. 고헌산 정상에서 동봉까지는 5분여 거리다. 동봉에서의 경관 또한 막힘이 없다. 동쪽으로는 울산도심과 언양, ktx역, 상북면 전 지역과 문수산, 남암산이 조망 되고, 서쪽으로는 상운산과 문복산, 남쪽으로는 간월산과 신불산이 손이 닿을 듯 가까이 느껴지고, 그 너머 천황산의 모습이 운무 속에 아련하다. 또한 북쪽으로는 낙동정맥이 이어져오는 단석산과 백운산, 소호마을이 고요 속에 잠들어있다. 동봉에서의 하산길은 자유로이 선택할 수가 있다.

▲ 고헌사 대웅보전.

오른쪽은 고헌사 방면이나 두서면 차리 방면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이고, 왼쪽은 낙동정맥이 이어져오는 소호고개, 백운산, 삼강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이다.(이곳에서 소호령-1.7km, 고헌산정상-0.3km, 외항재-3.3km, 고헌사-3.6km이다.) 빈 감시초소만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는 초소를 뒤로하고 방화로를 따라 오른쪽 고헌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약간의 가파른 너덜 길을 3~4분 정도 내려서면 왼쪽 희미하게 보이는 옛길을 트래버스(traverse)하면 고헌산 용샘(龍泉)을 찾을 수 있다. 용샘(龍泉)이 있는 곳을 들렀다가기로 한다. 입춘(立春)을 맞이하여 사계청소(clearing the field of fire)도 하고, 겨울철 내내 막혀있던 오물 등을 제거하고 용샘의 물길을 트이게 하기 위하여 매년 이맘때면 연례적으로 해 오던 일이기 때문이다.
 

▲ 동네산꾼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용샘의 물길을 트이기 위한 작업을 실시한 뒤 비탈길 사면을 가로 질러 아래로 내려서면 조금 전 올라왔던 방화로(防火路)와 마주한다. 이때부터 약간의 너덜 길로 이어지지만 길은 한결 편해진다. 고헌사와 소나무봉 갈림길이 있는 이정표(고헌사 3.3km, 고헌산 정상 0.8km)가 있는 곳에서 주의를 요한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소나무봉을 거치거나 진우훼밀리아파트 부근으로 하산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보인다.

약간의 경사 길을 1시간 가량 내려오다 보면 길은 차츰 완만해지고, 진행방향 마지막 작은 봉우리 부근에 도착하면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조금 뒤 너덜길을 지나고 곰지골의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10여분 비탈과 너덜 길을 따라 내려서면 고헌사가 눈앞에 다가온다. 다리를 지나 고헌사(高獻寺)를 한 바퀴 돌아 본 뒤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처님께 두 손 모아 합장한 뒤 대웅전 벽화에 쓰여 있는 글귀를 머릿속에 떠올려보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꿈속도 꿈이요. 꿈께도 꿈입니다.
밤사이 바람은 하늘의 구름을 말끔히 치웠습니다.
그냥 피식 웃었습니다.
내 그림 보는 이 모두 다 좋은 날 되소서.

동네산꾼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 현 고헌산 정상 표지석으로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용샘(龍泉)과 용샘의 위치

고헌산 산정에는 용샘(龍泉)이라는 우물이 있어 이 높은 곳에서 부정을 피하고 하늘과 산신과 비를 다스리는 용신에게 정성껏 비를 빌었다 한다. 고헌산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진산(鎭山), 숭산(崇山) 등 성스러운 산으로 인식되어 고헌산 산신령께 빌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영험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언양 사람들은 가뭄이 들면 고헌산 용샘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기우제를 지내는 것은 비가 내리고 안 내리는 것이 오르지 신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 믿는 우주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용샘은 고헌산 동봉(1034m) 산불감시초소 아래 해발 980m 동쪽사면에 위치해 있다. 사철물이 마르지 아니하며 태화강의 상징적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고헌사(高獻寺)

고헌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석남사의 말사이다. 비구니스님들의 수행도량이며, 궁근정 도로입구에서 약 2㎞ 거리에 있다. 차량통행이 가능하다. 대웅보전은 석가모니 부처님 좌우에 조상의 극락왕생과 내생의 행복이 직결되는 ‘아미타불’과 고통 받는 병자나 가난한 사람을 구원하는 자비의 ‘약사여래’를 모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대웅전의 격을 높여 ‘대웅보전’이라고 한다. 고헌사에는 대웅보전이 있다.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법당이다.

◇산행경로

궁근정입구(신기마을)~진우훼밀리 아파트~강산교~대통골 1폭포~숯가마 터~6·7·8 폭포~왼쪽사면~고헌사 서봉~정상~동봉~용샘~소나무봉갈림길~고헌사, 약 4시간30여분 소요.

◇찾아가는 길

-승용차: 언양~궁근정 신기마을~진우훼밀리 아파트~고헌사 입구 간이주차장.

-시외버스: 언양~상북면사무소~궁근정입구(신기마을)에서 하차.

◇먹을거리와 숙박

-송학정: 오곡백숙, 삼게탕, 돌솥정식 등. 254·4342.

-시인과 촌장: 비빔밥, 항아리수제비, 전통차, 민속주 등. 264·4707.

-다래정식: 한정식 등. 254·2248.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