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법처리 면제 조건...친박·보수 표심 겨냥 관측

野, 정략적 목적 악용 비난...靑도 “터무니 없는 얘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이 연일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하야론’을 부각시키면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여권은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가 사실상 종착지로 접어들면서 헌재 결정이 아닌 정치적 해법 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여권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정략적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반응할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역시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잘라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의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거론되는 정치적 해법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여야와 청와대가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처리를 면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자진하야를 합의하자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는 것을 조건으로 의회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지 않는 합의를 도출한 것과 유사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도 모종의 협의가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22일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얘기하기가 조금 그렇다. 하여튼 뉘앙스만 남겨놓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국당은 표면적으로 탄핵심판이 어떤 식으로 결론나든 국론 분열과 사회 혼란이 불가피해 국민통합을 위해 정치권이 뜻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이런 해법에 동의하고 있다며 정치권 내 여론확산을 시도했다. 지난 21일 주 원내대표가 하야를 포함해 정치권이 정치적 해법을 적극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지난 20일 정 원내대표를 찾아와 이 방안을 협의했다는 게 정 원내대표의 전언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마지막까지 박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친박 동정표와 보수층 표심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인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가 최근 들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친박계를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관련, 정 대표는 이날 “주 원내대표는 헌재 결정 후 극단적 대립을 수습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자는 차원이었다”면서도 “자진하야를 하더라도 헌재 심판이나 특검 수사 등 사법적 절차는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국민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사임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전적으로 청와대와 대통령이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은 ‘정치적 해법’을 도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 자진사퇴설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내부적으로 전혀 검토한 적도 없다”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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