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최우선 에너지계획
자원수출 압박 등 현실화 가능성
미국산 원유 도입 등 검토 필요

▲ 유학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작년 말 미국 대선이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귀결된 후 올해 1월20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도 한달이 넘었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라워했고, 각계에서는 동시에 트럼프 신 행정부가 가져올 정책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자 분주했다.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에 대해서도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기조는 분명 전 오바마 행정부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울산 지역은 주목해야할 점들이 꽤 많다.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미국최우선에너지계획(America First Energy Plan)을 게시했다. 미국 내 에너지자원 개발 확대, 에너지산업 규제 특히 화석연료 관련 규제의 폐지, 미연방환경보호청(EPA)의 환경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로의 재집중 조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내 에너지자원 개발 증진을 통해서 미국인의 고용과 소득을 증대하고 중동원유 의존을 벗어나겠다는 에너지독립을 표방한다. 에너지산업 규제 폐지와 EPA의 영향력 조정은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이러한 에너지정책기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즉시 단행한 몇 가지 대통령 직권조치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또는 대통령메모를 통해서 신임내각 완성 전까지 연방부처의 신규 규제 발표를 금지했고, 이미 오바마행정부 최말기에 발표된 연방부처 규제도 발효를 중단토록 했다. 또한 전력망, 파이프라인 등 우선순위가 높은 인프라 프로젝트의 인허가를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했고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등 중단된 사업의 재추진을 명령했다.

트럼프 신행정부 하에서는 규제완화, 인프라 확충으로 미국 원유·가스 생산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보다 근본적인 생산증가는 국제 유가수준에 달려있다. 이런 점에서 작년 말 OPEC의 감산결정에 따른 유가상승은 미국 내 셰일자원 개발기업의 채산성을 개선해 투자 및 생산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궁극적으로 낮은 가격의 국내 에너지공급, 화석연료의 수출확대, 자원산업의 고용 확대라는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원유 대비 전략적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국내 수요보다 생산량이 더 많으면서 가격도 안정된 천연가스가 미국산 에너지 수출의 주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최우선에너지계획에는 기후변화대응이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선정강이나 기존 공약을 통해서 짐작해 본다면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연방지원제도의 추가연장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자체 경쟁력을 가질 만큼 기술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정부의 보급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며 고용효과도 상당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방적인 신재생 축소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인 기후변화대응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대선과정에서 파리협정의 탈퇴까지 공언하던 것과는 대조된다. 사실 감축여력이 풍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소추세에 있는 미국이 교토의정서보다 구속력이 약한 파리협정을 굳이 탈퇴해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에서와 같은 적극적인 감축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에너지 자원 수입 측면에서 미국과의 교역은 매우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자원수출 압박 등 외부여건 변화는 상당히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산 원유가 현재로서는 도입경제성과 설비적합성면에서 매력적이지는 않다. 미국산 셰일가스도 우리의 주도입선이 되기에는 아직 가격측면의 고려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자원개발 기술혁신과 자원량 확대 등 미국산 원유 생산증가가 가능해질 경우 미국산 원유의 가격 메리트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석유업계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국내 정부비축을 활용해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는 대안 등도 검토해볼만 하다.

유학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