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측 ‘선거규정 협의 보이콧’ 카드 만지작…파행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후보자 토론회를 두고 캠프 간 파열음이 불거져 향후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회의를 열고 총 9차례에 걸친 후보자 토론회를 열기로 결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 전에는 한차례만 개최하기로 한 것을 두고서 후보간 입장이 엇갈리면서다.

선관위는 이 같은 토론회 횟수에 대해 ‘정치권이 탄핵에 집중해달라’는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으나, 토론에 가장 강한 후보임을 자부하며 탄핵 결정 전 적어도 두 번의 토론회는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재명 성남시장측은 강력 반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너무 하지 않나. 화가 난다. 명색이 후보인데 개무시당한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할 것 같아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로선 유일한 기회인데 봉쇄당했다”며 “캠프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탄핵 최종 선고 전 토론회를 한차례만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이건 너무하지 않나 싶어 오전에 추미애 대표에게 ’너무 심하지 않나. 좀 챙겨봐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전화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콜백도 안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시장측 정성호 의원도 “실제로는 탄핵 이후 조기대선 까지 촉박한 일정 등을 감안, 토론회를 네번 정도로 줄인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며 “(선관위가 결정내용을 발표하기 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선관위가 경고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강자가 양자 후보들을 이런 식으로 이런 태도로 무시하고 가는 건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 의원 등은 선관위 발표 전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 간 토론의 장을 최대한 보장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선거규정 관련 협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당의 결정이 알려지자 “사당화한 당이 오만방자한 결정을 내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시장 측만큼은 아니었지만 안희정 충남지사 쪽도 당의 결정을 온전히 수용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읽힌다.

안 지사는 선관위 발표 전 전남 순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심판이라는 위기의 상황에서 당에 매번 규칙을 촉구하긴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후보들의 정견이 자유롭게 토론될 기회를 조속히 마련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탄핵 전 토론회를 주저하는 당의 입장은 인정한다”면서도 “후보 검증을 통한 당 경선 역동성은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태도다.

토론회 일정이 구체화하기 전부터 문 전 대표 측은 탄핵심판 선고 전에는 되도록 탄핵 이슈에 집중하자는 뜻을 은연중에 밝혀왔다.

이런 반응을 토대로 당 안팎에서는 선관위의 결정이 결국 친문(친문재인)계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당직자는 “탄핵심판 선고 전 되도록 토론회 횟수를 줄이자는 게 사실상 문 전 대표 측의 구상 아니었는가”라며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오던 경선 국면에서 ’분란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당의 결정에 가장 강하게 반발한 이 시장 측은 경선룰 보이콧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측은 이날 첫 토론회 질문 순서 등을 추첨하기 위한 대리인 회의에도 불참 의사를 통보했으며, 이에 따라 관련 결정이 일단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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