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체제’ 카드 꺼낸 朴대통령측 ‘양동작전’?…헌재 선택은
7인 아니면 9인 체제’ 논리…“이정미 퇴임 전 선고 막으려 양동작전”

▲ 대통령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어하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8인 체제’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결론을 낼 경우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며 후임 재판관을 임명해 ‘9인 체제’가 될 때까지 심판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25일 “9인 재판부 구성을 게을리하면 탄핵심판이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며 “심판에 관여한 법조인들은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의 주장은 헌재가 ‘9인 체제’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선고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달 31일 퇴임한 박한철 소장의 후임을 임명하기 전까지 탄핵심판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사소송법 451조는 법률에 따라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않으면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국회 측은 이 같은 주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우선 현행법은 탄핵심판 절차 진행을 위해 반드시 9명의 재판관으로 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오히려 헌재법은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다.

탄핵 정국을 불러와 재판관 공백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통령 측이 이를 토대로 재심을 거론하고 심판 중지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측이 이 같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9인 체제’를 고집하는 것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선고하려는 헌재에 ‘공정성’ 시비로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인 체제’ 헌재가 결론을 내리는 것이 부당하니 이 권한대행 퇴임 전에 선고해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8인 체제’가 내리는 결론도 마찬가지로 부당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헌재가 ‘8인 체제’의 정당성을 계속 주장할 경우 ‘7인 체제’ 또한 정당하다는 논리로 이어가 이 권한대행 퇴임 후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 대리인단 입장에서는 헌재가 8인 체제인 현 상황에서 심판 선고를 막기 위해 ’9인 체제‘와 ’7인 체제‘ 두 가지 카드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양동작전‘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7인 체제’와 ‘8인 체제’는 엄연히 구성 효과가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위해서는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8인 체제에선 3명이 반대해야 인용이 안 되지만, 7인 체제에선 2명만 반대해도 인용이 안 된다는 것은 널리 거론된다.

문제는 또 있다. ‘재판관 유고’ 사태가 대표적이다.

만약 7인 체제라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기는 하지만 재판관 1명이 질병이나 위해 등으로 유고 상태가 되거나 일신상의 이유 등을 들어 스스로 물러날 경우 헌재의 심판 자체가 ‘불능’ 상태에 빠진다. 1명이 빠져나갔을 뿐이지만 재판관 6명이 아무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식물 헌재’가 되는 셈이다.

헌재법상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심리 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7인 체제에선 재판관 단 1명의 상황변화에 따라 나머지 6명의 의사나 헌재 전체의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비정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8인 체제에선 이런 왜곡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1명이 유고 상황이 되더라도 어쨌건 심리와 선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관을 대통령 몫 3인, 국회 선출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등으로 총 9명 임명하도록 한 것도 이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탄핵심판의 신속성과 함께 공정성 또한 강조해 온 헌재가 대통령 측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