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교육당국은 ‘사교육’이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계심을 드러내기에 바빴다. 평소 친분이 있는 교사에게 울산의 사교육 실태가 정확히 어떤지, 또 줄일 방안은 정말 없는지, 공교육은 사교육비 절감에 어떤 정책을 갖고 대처하는지에 대해 취재한다고 하니 한 마디로 “기사 한줄로 바뀔 문제가 아니다. 괜한 힘 빼지 말라”고 말리기까지 했다. 과연 우리 공교육이 어느 수준이기에 사교육에 저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궁금증이 더해졌다.
시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할 수 있는 정책방안 등에 대해 학부모 조사를 진행해 놓고도 공개를 못하고 있는 현실마저 답답해 무작정 학교로 향했다. 초등학교 1곳과 고교 2곳을 둘러봤는데, 그곳은 그야말로 사교육과의 ‘소리없는 전쟁터’나 다를 바 없었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향상을 위해 학교 교육과정, 학습지도는 물론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역량강화 부문에서 다양한 시도가 전개되고 있었다.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사교육 없는 자율학교는 긍정적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무엇보다 학교 스스로 사교육 절감정책에 미비점을 발견하고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공교육 강화를 진두지휘해야 할 교육당국이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장 방과후학교 운영에 있어 교사의 수업부담과 외부강사 초청에 어려움이 있고, 특히 예체능계 운영에 미흡한 점도 인지됐다. 초등학교의 경우, 공교육 강화차원에서 방과후학교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저학년부터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방과후학교 활성화 등에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역할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맹모삼천지교’란 오래된 고사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녀 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 또한 더할나위 없이 중요하다. 흔히 교육의 3주체로 학생, 교사, 그리고 학부모를 꼽는다. 어쩌면 교육 주체의 하나인 학부모들을 학교 교육현장 내부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사교육 절감의 또 다른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공교육의 신뢰도를 높이고 실제로 교단에서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변화의 상을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작금의 시대에 사교육비 경감은 단순히 교육의 차원을 넘어 가정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교육정책이자 사회정책으로 통한다. 울산 교육당국은 이같은 문제적 인식을 바탕으로 사교육과 경쟁해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 사교육과 방과후학교가 연관관계가 높은 만큼 이들 조직을 통합한 공교육 강화 전담팀을 꾸려 중장기 사교육 경감대책 프로젝트도 마련해야 한다.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이미 충분하다. 사교육 없는 자율학교의 운영 장단점과 지역 사교육 형태, 학부모들이 원하는 공교육 내실화 및 사교육비 경감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자료는 활용할 가치가 높다.
누구보다 교육현장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정책을 정교하게 추진해야 하는 책임은 바로 울산시교육청에 있다. 학습능력 보충이란 긍정적 의미의 사교육도 분명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왜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에 내몰리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울산시교육청에 던져본다. 교육당국이 스스로 답을 찾기 바라면서.
이형중 사회부 차장 leehj@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