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호 극작가

경주 모량리에 한 아이는 가난한 홀어머니(경조)의 품에서 자랐어. 아이는 머리가 크고 이마가 몹시 널따란 게 성곽을 닮았다고 이름을 대성(大城)이라 지었겠다. 대성은 부자(복안)의 집에서 어머니가 품팔이를 하고 받은 밭뙈기를 경작하며 살았단다. 어느 날 점개 스님이 복안의 집에 와서 흥륜사에서 열릴 육륜회를 위해 시주를 권했지. 복안이 베를 시주하니 스님이 축원을 해주거든. 이렇게 보태주시니 언제나 부처님께서 지켜주실 겁니다. 하나를 보시하면 만 배를 얻고 평생 행복하게 사실 겁니다.

대성이 어머니한테 달려갔지. 어머니, 어떤 스님 말씀이 한 개를 보시하면 만 개를 얻는대요. 우린 전생에 착한 일을 못해서 이렇게 사나 봐요. 지금 보시하지 않는다면 내세에도 가난하게 살걸요. 제가 경작하는 밭을 절에 바치고 훗날 부자로 살아요. 어머니도 옳다하여 그 밭을 스님에게 시주를 했는데,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 대성이 죽었지. 그날 밤 재상 김문량의 집에 하늘의 소리가 들려왔어. 모량리에 사는 대성이란 아이가 이제 네 자식으로 태어날 것이야. 김문량이 놀라 사람을 시켜 모량리를 수소문했지. 과연 간밤에 들은 하늘의 소리가 대성의 집에서 똑같이 들리거든. 그날 김문량의 아내가 임신해서 나중에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가 왼손을 꼭 쥐고 있는 거야. 손에는 대성이라는 글자를 새긴 패쪽을 들고 있었어. 아기의 이름을 죽은 모량리 청년의 이름 그대로 짓고 그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살았단다.

대성은 커서 사냥을 좋아했어. 한날은 토함산에서 곰을 잡고 주막에서 잠을 자는데, 꿈에 곰이 귀신이 되어 나타났지. 네가 날 죽였으니 이제 내가 널 잡아먹겠다. 대성이 용서를 빌자 귀신이 그러려면 절을 세워 달라거든. 대성이 꿈을 깨니 잠자리에 식은땀이 흥건한 게야. 이때부터 대성은 사냥을 끊고 곰을 잡은 자리에다 장수사(長壽寺)를 세웠지. 그리고 현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짓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불사(석굴암)를 세웠단다. 한 몸으로 두 생에 걸쳐 부모를 행복하게 한 게 보시를 한 공덕이라는 희망고문에 사람들은 또 착하게 사는 게지.

장창호 극작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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