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수사부담’ 의식한 듯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수사종료 시한인 28일을 하루 앞두고 홍권희 총리 공보실장이 대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오랜 고심 끝에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요청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권한대행은 특검연장 불승인의 사유로 ‘특검의 목적 달성’을 강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당사자인 최 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특검법에서 규정한 주요 사건의 당사자와 관련자들이 “이미 기소됐거나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돼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특히 “지난 4개월 동안 매 주말 도심 한가운데에서 대규모 찬반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특검 연장이나 특검법 개정 등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국정안정’을 이번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여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 특검 수사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황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의적으로도 박근혜 정부의 2인자면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황 권한대행이 특검수사를 연장하기에는 심적인 부담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수사가 3월30일까지 연장되고, 헌법재판소가 3월13일 이전에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면, ‘자연인 박근혜’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은 특히 특검수사가 연장되면 향후 수사결과가 대선 구도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정치적인 판단도 했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입장발표를 통해 “헌재 결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고, 그럴 경우 특검수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보수층이 더욱 결집하고, 최근 주춤하고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황 권한대행이 이번 결정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을 가로막은 장본인이라는 야권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게 된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지 못해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의혹, 롯데·SK·CJ 등 대기업에 대한 수사와 최순실 일가의 불법 재산 형성·은닉 의혹 등도 미완성 상태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특검법 수사대상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진한 특검 수사는 검찰로 넘어가게 돼 있지만,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보수 진영의 지지층은 견고해지더라도 황 권한대행 스스로 외연 확장의 문을 닫아버린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야권이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최악의 대치 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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