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결국 6개사로 나눠졌다. 27일 울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4개 법인으로 나누는 사업분할 안건을 처리했다. 노조와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이 있었으나 98%라는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오는 4월1일부로 현대중공업(조선·해양·엔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의 개별회사로 전환된다. 작년 12월에는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그린에너지가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선박 통합서비스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현대로보틱스 계열사로 각각 편입됐다.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은 6개사로 쪼개졌다. 세계 1위 조선업체라는 이름 아래 성과를 나눠 가졌던 비조선분야가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들어간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현대중공업의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아쉬움을 떨칠 수는 없다. 지난 20일 삭발이라는 자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권명호 동구청장은 이날 “현대중공업은 분사를 하더라도 동구의 인구는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과 계획을 밝혀 지역사회를 안심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구청장이 공개적으로 기업에 요구할 사항은 아닌 듯하지만 그 답답한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현대중공업이 준공된 1972년 이후 지난 45년동안 동구지역은 ‘현대시(市)’나 다름없었을 뿐 아니라 오늘의 현대중공업이 있기까지 토박이들의 헌신적 희생도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더욱 적극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주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도 이번 현대중공업의 분사 사태와 관련한 토론을 시작하고 학습자료도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결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치단체의 선제적 대응 부재가 로봇산업을 대구로, 전기전자와 건설장비를 서울로 떠나보낸 원인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경험을 교훈으로 삼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노조의 반발은 예상대로 극렬하다. 몸싸움과 호각 등으로 주총진행을 방해했던 노조는 주총이 끝난 뒤에도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주총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며 전면파업 지침을 내렸다. 노조로서는 수순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 노조도 실익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명분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파업이 주주들의 선택을 되돌릴 방안이 될 수는 없다. 분사라는 극약처방을 강행한 회사를 대상으로 파업을 강행해봐야 악순환만 거듭될 뿐, 노조가 우려하는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차분하게 우리 앞에 닥친 각자도생의 현실을 헤쳐나갈 방안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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