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길부 국회의원(울산울주)

세종대왕은 32년간의 재임기간 중 우리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세종의 과학적인 성과 중 측우기, 역법, 화포 등 다양한 발명품이 있지만 가장 뛰어난 것을 뽑는다면 단연 훈민정음일 것이다. 훈민정음(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일, 창제자 그리고 창제의 기본원리가 알려져 있는 문자이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창제원리를 밝혀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됨으로써 한글의 뛰어난 과학적 우수성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후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2007년 본 의원이 국회에서 대정부질문과 토론회 등을 통해 한글 창제원리의 중요성을 알렸으며, 이후 한글박물관 설립 등 한글의 문자적·문화적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다. 이번 초·중등 2015 개정 교육과정에 한글 창제원리가 포함됨으로써 이제는 학생들이 한글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과 2018년 세종 즉위 600돌을 맞아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은 더욱 주목 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훈민정음 창제원리가 배제된 ‘가나다라~’로 시작되는 한글 자모 순서를 무조건 암기식으로 배우다 보니,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라고 하면 학생들은 물론 일반인, 심지어 한글 교육과 정책을 다루는 관계 장관들도 선뜻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해(制字解)의 첫 구절을 보면 ‘天地之道一陰陽五行而己(천지지도일음양오행이기)’로 시작하고 있다. 즉 ‘천지자연인 우주만물의 원리는 음양오행뿐이다’고 전제하면서 제자원리를 설명해 나가고 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음양오행 사상의 우주만물과 인간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는 천지자연의 문자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다.

먼저 자음은 오행설에 의해 철학(나무·붉·흙·쇠·물)과 음악(궁·상·각·치·우), 자연(봄·여름·늦여름·가을·겨울, 중앙·동·서·남·북)의 원리로 발음기관을 본 떠 만든 기본음 다섯 자 ‘ㄱ, ㄴ, ㅁ, ㅅ, ㅇ’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세기와 되기에 따라 획을 추가하여 어금닛소리 ‘ㄱ’에서 ‘ㅋ ’, 혓소리 ‘ㄴ’에서 ‘ㄷ, ㅌ’, 입술소리 ‘ㅁ’에서 ‘ㅂ, ㅍ’, 잇소리 ‘ㅅ’에서 ‘ㅈ, ㅊ’, 목구멍소리 ‘ㅇ’에서 ‘ㅎ’이 만들어졌다. 특히 놀랍게도 ‘ㄱ’을 발음하는 순간 X-선 사진을 옆에서 찍으면 바로 기역자 모양이 나타난다고 한다. 한글은 X-선도 없었던 15세기에 이미 현대 음성학의 기술방법을 채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음의 경우 천지인(天地人)의 원리를 토대로 하늘을 뜻하는 · (아래아), 땅을 뜻하는 ㅡ, 사람을 뜻하는 ㅣ 석 자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점이 찍히는 위치에 따라 음양이 나뉘는데 선의 위나 오른쪽에 점을 찍어 밝고 따뜻한 양의 기운을 의미하는 ㅗ, ㅏ, ㅛ, ㅑ가 만들어 졌고, 선의 아래나 왼쪽에 점을 찍어 어둡고 차가운 음의 기운을 의미하는 ㅜ, ㅓ, ㅠ, ㅕ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한글의 창제원리는 매우 단순하고 시각적이며 과학적인 체계성을 지니고 있어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지적 산물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글의 창제원리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정작 한글의 뛰어난 우수성을 우리 스스로 등한시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한글 창제 원리의 우수성을 알면서도 관계당국과 국민들의 무관심속에 가르치거나 배우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처음 한글을 접하는 유아기 때부터 시청각자료나 다양한 교보재를 활용하여 한글창제원리를 스스로 체득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한류열풍을 바탕으로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세종학당·KOICA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외국인 한글 교육 과정에도 훈민정음 창제원리가 교육에 적극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한글 가치의 보존과 확산을 담당하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이달 중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가 나올 예정으로 있으며, 한국어판·외국어판·어린이교재 등 다양한 버전을 준비 중이다. 이번 기회에 관계당국이 나서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를 교육과정에 적극 반영해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을 널리 알림으로써 한국인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겠다.

강길부 국회의원(울산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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