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울주군 복안리 신기마을

▲ 복안 신기마을 표지석 복안(伏安)은 평안을 나타낸다.

풍수비보 존재
고인돌, 기운 증폭·강화하는 위치
정자옆 숲은 마을의 온기 보호해줘
두 지류가 합수해 정화된 생기 생산

新基, 지명의 의미
주산 천마산의 천마등공 정기 받아
새로운 정신적 기운이 유지되는 터
新사상·문화 전파하는 인물이 발복

자연의 실체 하나하나가 다양성을 나타내듯 지형과 지세의 형상이나 크기 및 지반의 강도는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울산 울주군 복안리에 있는 신기마을은 산그늘이 내려 응달이 일찍 진다하여 음지마을이라 하는데 약 20~30호가 모여 있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신작로를 오가는 버스에서 내려 세찬 바람이 부는 들판을 지나 도보로 10분 정도의 거리이다. 산 아래에 위치한 마을 어귀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고 그 아래 정자가 있어 마을을 지키는 지킴이 같아 보인다. 정작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바람이 정지된 듯 고요함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다.

▲ 마을로 연결되는 입수지맥 위에 있는 청동기시대 고인돌로 심리적 중심이 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마을이나 부락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집단주거 형성은 산과 들판이 만나는 지역인 비산비야(非山非野) 공간에서 존재한다. 신기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주산은 백운산과 연결된 천마산(613m)이며, 마을회관에서 보면 가까이 있는 남서쪽 산이 안산(案山) 역할을 하는데 상방 45도 정도로 높게 보여 답답함을 느낄 정도이다. 배산 역할을 하는 멀리에 있는 북서쪽의 산은 높지만 들판 너머로 있기에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며, 동북쪽 방향으로 트여 있어 이 방향으로 복안천이 흐른다.

‘풍수지법 득수위상 장풍차지(風水之法 得水爲上 藏風次之)’라 했다. 득수는 보국내의 사신사에서 발원된 내수를 얻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보국 외에서 흘러들어오는 외수는 역량이 적다. 즉 양기 터를 중심으로 주변지세의 정기를 머금고 흐르는 내수는 입지공간에 수기(水氣)를 적시면서 생태공간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 울주군 복안리 신기마을 전경으로 구불구불 마을을 감싸고 돌아 흐르는 도랑물길 모양이 이채롭다.

‘명당(明堂)’ ‘포근한 공간’이라는 단어에는 무슨 일이든 잘 될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래서 조금만 잘 되어도 명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있어 인색하지 않다. 신기마을은 바로 그런 곳이다. 명당의 한자어 풀이는 밝은 집이다. 밝은 집이 되려면 자연적인 채광이 잘되어 햇빛이 많이 들어오거나 전기나 기타의 수단으로 어두운 곳을 밝게 하면 될 것이다. 그렇지만 풍수지리 학문적 명당 개념에는 긍정, 건강, 성공, 번영, 행복이라는 발복의 완성기운이 들어 있기에 단순하게 밝은 집에서 한층 더 발전된 생기 있는 기운의 순환으로 얻어지는 쾌적한 명당기운(明堂氣運)을 필요로 하게 된다.

명당기운을 형성하는 자연적 지형 조건에는 풍우와 침수의 피해가 없는 지역에서 사방이 산으로 환포되어 바람이 온화하게 유지되는 장풍형(藏風形)과 물 기운을 얻어 평지에서 배산임수형으로 나타나는 득수형(得水形)이 있는데, 신기마을은 이 두 가지 형태가 부족한듯하지만 둘의 장단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지형으로 온풍(溫風)이 유지되는 명당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비보숲과 쉼터 정자.

마을회관으로 이어지는 천마산 지맥의 주산 봉우리는 공학박사 한말상이 정리한 거부(巨富)를 나타내는 3연성의 산으로 되었고, 이곳 현무봉에서 급경사로 내려와 마을의 입수처 역할을 하는 서너 개의 계단식 논을 만들었다. 이 논을 지나 작은 언덕배기 구릉을 만들었는데 이 구릉 위에 밀집된 주택들이 모여 있다. 마을로 들어오는 입수용맥 논두렁에는 너비340㎝, 두께150㎝, 규모390㎝ 정도의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있다.

<터가 미래를 만든다>의 저자 최춘기는 자연부락에서 좋은 기운을 얻기 위해 마을의 특정한 지역을 선정하여 풍수비보 행위로 석장승, 돌탑 또는 숲을 조성하였다고 주장한다. 이들 비보행위는 마을형성 과정에서 나타나는데 모자라는 기운을 보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됐다.

신기마을의 비보 형태를 찾아보면 첫째는 고인돌의 위치에 있다. 둘째는 마을 어귀의 쉼터인 정자와 같이 있는 숲이다. 고인돌은 마을의 기운을 증폭 강화시키는 기능을 주는 위치에 존재하며, 주역(周易)으로 나타나는 금(金)의 기운 파장을 일으켜 신기마을 사람들 정서에 종교계 금융계 또는 무관으로 진출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비보 숲은 설기되는 마을의 온기(溫氣)를 보호하는 파장을 생산하기에 마을의 집단부락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마을을 감싸 흐르는 두 지류의 계류수는 합수하여 구곡수(九曲水)가 되어 정화된 생기기운을 생산하여 마을에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인지 신기마을이 배출한 근래의 인물에 대해 최석홍(61세) 이장을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금융권, 사업계, 종교계, 법조계, 의학계의 인물이 현재 경향각지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느 지역의 지명을 알면 그 지역을 가보지 않아도 지역성을 어렴풋이 짐작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예를 들면 입암리(立巖里)라 하면 바위가 동네 어귀에 우뚝 서 있는 마을·석천리(石泉里)는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는 주변의 마을 등, 과거지명은 그 지역의 자연지형이나 지물 또는 땅의 특성에 따라 정해진 경우가 많다.

▲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장·풍수공학박사

한자는 상형문자가 변천되어 온 뜻글자이다. 머리 두(頭) 자나 새 신(新) 자가 쓰이는 지명에는 신령스러운 큰 기운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음으로 보여 진다. ‘頭’ 자는 우두머리·꼭대기·맨 앞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頭’ 자가 들어 있는 산은 신성시되어 왔다. 백두산·용두산·두타산·저두산 등 주로 머리는 단단함이 연상되는 기상으로 산 정상에는 강한 바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때로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新’ 자는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라는 뜻이 있다. ‘新’ 자가 들어 있는 지역은 장막을 여는 신천지를 만들어가는 뜻이 부여되어 미래 발전적 가능성을 시사한다. ‘新’ 자는 주로 마을 이름에 많이 보이는데 신화리(新花里)·신기(新基)마을·신명(新明)마을 등이다. 울산의 신화리는 고속철 역세권으로 발복하고, 강동의 신명마을은 강동 정자권역으로 발복된 사례를 알 수 있다.

신기마을은 외국으로 날아 다니는 하늘의 말을 상징하는 주산 천마산의 천마등공(天馬騰空) 정기를 받고있다. 신기(新基)라는 지명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정신적 기운이 유지되는 터 또는 그릇에 버금가는 새로운 사상과 문화 및 생산품을 세계적으로 전파하여 알리는 인물이 발복하여 그 뜻을 이룬다는 뜻은 아닐까? 평온한 농촌마을 신기마을의 온전한 기운이 훼손되지 않고 오래지속 되기를 기대한다.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장·풍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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