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분사안건 통과

▲ 27일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총회장에 입장하려는 현대중공업 노조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회사측 진행요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분사 후 문제’ 노사 갈등의 또다른 불씨 전망
노조, 4사(社) 1노조 요구…사측 부정적 입장
노사 고용보장문제 대립 해넘긴 임단협 진통

현대중공업 분사가 최종 결정되면서 갈등의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분사 후 문제’가 향후 노사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밖에 없어 해를 넘긴 2016 임금 및 단체협상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는 등 당분간 해법 찾기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7일 물리적 충돌 속에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측의 계획대로 안건이 통과되면서 현대중공업은 오는 4월1일 자로 최종 6개 회사로 쪼개진다.

분사가 확정되면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총무효’ 주장과 함께 사측과 본격적으로 ‘분사 후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분사가 되더라도 ‘단일노조’를 사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미 분사를 완료한 2개의 회사 외 이날 주총을 통해 분사가 확정된 4개 회사의 노조를 단일노조로서 향후 임단협 등 각종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일명 ‘4사(社) 1노조’ 요구다.

주요 사안에 대해 사별이 아닌 단일노조 지위를 통해 교섭하고 연봉·성과급 지급 기준과 고용 형태 등에 대해 분사 전과 마찬가지로 모두 동일한 조건을 적용받겠다는 것이다. 해를 넘긴 이번 2016 임단협 교섭에서 현안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현대모비스 역시 현대차에서 분사됐으나 현재 현대차 노조 산하의 위원회로 등록돼 있다”며 “회사의 분사 목적에는 노조 약화라는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노조가 쪼개지면 일방적 구조조정 등 사측의 경영에 노조가 제대로 힘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부정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와 모비스는 상호 사업적 연관성이 크지만 이번에 분사하는 회사들은 현대중공업과 각기 서로 다른 분야인만큼 노조의 단일노조 요구는 억지”라며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모비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별협상을 하고 있다”고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노조와 사측은 고용보장 문제에 있어서도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7년까지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회사 제시안을 두고 노조는 “한 울타리 아래 노조의 보호를 받다가 분사가 되면 노조 설립 자체도 어려워질 것이다. 1년간 직원 고용 보장은 반대로 1년 뒤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주총 원천무효까지 주장하며 회사의 분사강행에 날을 세우고 있는 노조 입장에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이 커 사측과의 향후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사를 추진하게 된 회사가 갖는 부담감이 큰 데다 노조 내부에서도 임단협 교섭에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물밑협상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상을 떠나 틀어질대로 틀어진 현대중공업 노사간 신뢰 회복이 관건인 셈이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노사 마찰로 정회·속개 반복…주총장 안팎 물리적 충돌 ‘아수라장’
■ 임시주총, 이모저모

사측 질서요원 앞좌석 점령

현대중공업 회사분할(분사)을 결정하는 임시주주총회는 노사간 마찰로 약 2시간 동안 정회와 속행을 반복했다.

특히 주총 막바지 주총장 안팎으로 노조와 사측이 고용한 인력 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주총은 아수라장이 됐다.

주총을 통해 분사가 결정되자 지역사회의 반발도 커졌다.

지역사회·노동계 비판 고조

○…27일 오전 8시부터 주총장 입장이 시작됨과 동시에 주총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기순서 상 앞 순서로 주총장에 입장한 노조원들에 앞서 주총장 좌석에 사측이 고용한 ‘질서유지요원’ 수십명이 앉아 있었기 때문.

즉각 노조는 “사측이 절차를 무시하고, 주주도 아닌 용역을 자리에 앉혀 주주들의 주총참여를 방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는 이들이 주총의 원할한 진행과 질서 유지를 위한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주총장 밖에서 일부 노조원들의 입장이 막히자 “주총 참가를 막을 목적으로 회사가 인력을 미리 앉혀 놓았다. 인력 퇴장”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충돌했다.

주총장 밖에서도 주총장 입장을 강행하던 노조원과 사측 인력들 간 충돌로 손목 골절 등 7명(노조 4명, 사측 3명)이 부상을 입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몸싸움 등의 폭력행위로 노조원 4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주총 전날인 지난 26일에도 노조와 사측간 마찰 과정에서 경비실과 버스 유리창이 깨지고, 사측 인력 3명이 부상을 입는 충돌이 일어났다.

○…현대중공업 분사 안건이 통과되자 지역사회에서 비판발언이 잇따랐다.

이성규 동구주민회 대표는 “일방적인 분사 추진은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며 “지역 경제를 이렇게 내팽개치면서까지 현대중공업만 살겠다는 이런 분사는 동구주민 누구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삼철 대송농수산물시장 상인회장도 “현재 동구지역 영세상인들이 매출도 너무 많이 떨어지고 있어 정말 어렵다”며 “당장 분사로 인해 인구 유출이 심해지면 상인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와 금속노조 울산지부 등 지역 노동계는 “현대중공업 사업분할이 날치기”라며 주주총회가 원천무효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주총 직후 성명서를 통해 “회사가 불법 차벽을 통해 행사장 출입을 막고, 주총장 단상 앞에서는 용역 깡패를 세워 토론 요구를 묵살하는 등 일방적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경영세습을 위한 분사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호·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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