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증서 심리 변화 있었지만, 사망 시점 폭행사실 끝내 부인

두 살배기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20대 아버지가 생전에 아들을 상습폭행한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그동안 ‘아내가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죽었다’고 주장하던 남편의 진술이 현장검증 과정에서 흔들리자 검찰 송치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부부 대질신문을 벌여 이 같은 진술을 받아냈다.

전남 광양경찰서는 27일 오후 전남 여수의 범행 현장인 빌라와 시신 유기 장소인 여수시 신덕동 바닷가에서 A(26)씨 부부에 대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아들을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시신 유기 장소와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재현시키며 검증을 시행했다.

특히 경찰은 빌라에서 진행한 현장검증에서 서로 ‘상대방이 죽였다’고 엇갈리게 진술하는 A씨와 아내 B(21)씨의 주장대로 각각 검증했다.

이 과정에서 아내 B씨가 일관된 진술을 하는 것과 달리 A씨는 애초 진술과 일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아내가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넘어져 침대에 눕혔는데 죽었다‘고 진술했던 A씨의 진술이 약간씩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애초 검찰 송치 후로 예정됐던 부부 대질신문을 앞당겨 이날 시행하게 된 것이다.

A씨는 대질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아들에 대한 상습 폭행 사실을 추가 진술했으나 사망 시점에는 자신이 폭행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부인 B씨는 대질신문에서도 일관되게 남편의 폭행으로 아들이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대질신문 내용을 수사자료에 추가해 오는 28일 A씨를 구속기소 의견으로, B씨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씨는 그동안 체벌과 시신 유기를 인정하면서도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경찰이 시행한 거짓말탐지기와 프로파일러 조사 과정에서 A씨의 주장은 거짓 반응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가 여전히 아들 사망 원인을 놓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지만, 현장검증 과정에서 남편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에 정확한 범행 경위를 추궁하고자 대질신문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2014년 11월 27일 전남 여수시 봉강동 자신의 집에서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됐고 아내 B씨는 아들이 폭행을 당해 죽은 뒤 유기된 사실을 알고서도 묵인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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