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여부 헌재 판결에 맡기고 차분하게 ‘탄핵심판 이후’ 준비해야”

정세균 국회의장은 28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관련해 “어떤 결과가 나오건 깨끗이 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이제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맡기고 탄핵심판 이후의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모두 냉정하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걱정스럽다”며 “일각에서 벌어지는 헌법기관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나 모욕, 심지어 신변위협 같은 행위는 결코 민주주의로 포장될 수 없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기초를 허물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권은 그동안 광장에서 표출된 시민의 주장과 요구를 정치의 과정에서 통합해 나가야 한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광장을 메우는 것은 결국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부끄러워해야 한다. 광장의 에너지를 온전히 정치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정치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어 “3·1절 이전과 이후가 나뉘듯 탄핵심판 결정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며 “특히 국민 통합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깨끗한 승복을 당부했다.

그는 또 “민생과 남북관계는 혹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깊어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직 국민의 단결과 합심만이 조금이라도 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감정에 의한 단결이 아니라 나라의 내일을 일구는 이성의 단결이 필요한 때”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드는 일에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이 담화문을 낸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정 의장 측의 한 관계자는 “헌재의 최종변론이 종결됐는데도 삼일절에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각각 예고되는 등 극심한 사회 갈등과 혼란이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담화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회의장 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 탄핵심판이 최종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어제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을 끝으로 이제 선고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탄핵시계가 막바지로 흐르면서 이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대립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제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맡기고, 탄핵심판 이후의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모두 냉정하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민주주의란 다른 말로 ‘반대가 허용되는 체제’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저런 다양한 주장과 요구가 넘쳐나는 것은 민주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의견의 표출은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이어야 합니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걱정스럽습니다. 일각에서 벌어지는 헌법기관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나 모욕, 심지어 신변위협 같은 행위는 결코 민주주의로 포장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기초를 허물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정치권은 그동안 광장에서 표출된 시민의 주장과 요구를 정치의 과정에서 통합해 나가야 합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광장을 메우는 것은 결국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광장의 에너지를 온전히 정치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 정치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일은 제98주년 3·1절 기념일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한 세기 전 3·1운동으로 겨레의 자존과 독립을 위해 일제의 폭압과 맞섰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결정할 수 있음을 세계만방에 선포한 3·1운동을 계기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건립되었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3·1절 이전과 이후가 나뉘듯, 탄핵심판 결정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건 깨끗이 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특히 국민 통합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자연의 시간은 금방이라도 봄이 올 듯한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따뜻한 봄이 멀어 보입니다. 민생과 남북관계는 혹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깊어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직 국민의 단결과 합심만이 조금이라도 봄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오늘날 우리가 요구하는 합동은 민족적 감정으로 하는 합동이 아니요, 민족적 사업에 대한 합동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감정에 의한 단결이 아니라, 나라의 내일을 일구는 이성의 단결이 필요한 때입니다. 천만 명이 넘게 모인 광장을 불상사 없이 평화롭게 유지한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믿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드는 일에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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