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드부지, 이제 우리 손 떠났다”
中 ‘보복’ 가능성에 전전긍긍…中 자극 피하려 대응 조직도 안꾸려

▲ 28일 오후 경북 성주시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인근 주민들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는 28일 국방부에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하고, 대신 남양주 군용지를 받는 거래 계약을 마쳤다.

앞서 지난 27일 골프장 소유자 롯데상사가 이사회를 열어 이번 땅 교환을 승인한 뒤 불과 하루 만에 최종 계약까지 일사천리로 체결되면서, 사실상 정부의 사드 부지 확보 문제는 일단락된 셈이다.

계약 후 롯데는 다소 ‘홀가분’한 입장이다. 실제 사드가 배치될 성주골프장 땅의 소유권이 정부로 넘어갔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땅과 관련해 롯데가 직접 조명을 받거나 땅 처리 방향을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성주골프장은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며 “이후 사드 관련 진행 상황은 사실상 롯데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 언론은 여전히 롯데를 ‘사드 배치 조력자’로 지목하고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27일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이사회 의결 직후 “그 결정은 중국 관광객들에 면세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롯데에 악몽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롯데가 사드배치 책임의 상당 부분을 떠안아야 한다”며 “이번 결정이 중국 소비자와 관광객을 분노케 할 수 있고 롯데 제품과 서비스는 불매운동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환구망(環球網)도 같은 날 ‘롯데를 때리고 한국을 징벌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자극적 제목의 사평(사설)을 내고 “중국과 한국은 이미 사드 문제로 ’의지의 대결‘ 형국이 형성돼 지금에 이른 만큼 양측 모두에게 퇴로가 없는 상태”라고 심각한 ‘대결·갈등’ 상황을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롯데는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

롯데는 우선 중국 현지 지사나 사업부에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 중국 언론으로부터 입장 등을 요청받으면 ‘정부의 안보적 요청에 따른 사안으로 기업이 주도한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최대한 여론을 자극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중국 현지 지사 등으로부터 직접적 피해가 신고된 것은 없다”며 “중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별도 태스크포스 등 대응 조직을 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는 현재 중국 현지에서 유통 부문을 중심으로 12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한 해 3조2천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더구나 청두(成都)와 선양(瀋陽)에서는 쇼핑·레저·주거 등이 어우러진 수조 원대 ‘복합단지’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한국 롯데면세점의 매출 가운데 무려 80%를 중국 관광객(유커) 구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과 소비자가 규제나 불매운동을 무기로 ‘롯데 응징’에 나설 경우 큰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최대한 말을 아낀 채 ‘속앓이’만 하는 롯데와 달리, 온라인의 누리꾼(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행태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누리군들은 관련보도 댓글을 통해 “정작 미국한테는 아무 소리 못 하면서 작은 나라 한국에만 협박한다”, “압박을 하려면 미국에 단교선언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 “북한이 핵미사일 만들 때는 왜 그냥 뒀는가” 등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했다.

아울러 “몸집만 큰 애 같다”, “치졸함만 가득하다” 등 이른바 ‘대국(큰 나라)’이라는 중국의 편협함을 꼬집는 글들도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가 대 국가간 외교로 풀어야 할 군사·정치적 문제를, 부지 제공자라는 이유만으로 외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협박하거나 감정적으로 너무 쉽게 ’단교‘까지 운운하는 것은 앞으로 중국의 해외 투자 유치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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