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연대 파업에도 저지 무산 조합원 피로 가중

주총 관련 법적 대응 등 향후 투쟁계획도 아직 ‘미정’

‘금속노조 재가입’ ‘23년만의 총파업’ 등을 무기로 회사 분사 저지에 나섰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분사가 최종 결정되면서 고민이 커진 모습이다.

28일 현대중공업 노조 한 관계자는 “분사 결정과 관련해 아직 중앙쟁대위 회의도 하지 않았다”며 “일단은 전체적인 상황을 취합해서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고 향후 투쟁계획이 미정임을 밝혔다. ‘불법’이라 주장하고 있는 주총과 관련한 법적 대응 계획에 대해서도 “검토중일 뿐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당장 전날 주총 직후 ‘주총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날을 세운 모습에서 다소 침착해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지역 노동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회사 분사를 강하게 반대하며, 2016 임금·단체 협상에서도 현안으로 보고 사측과 대립해왔다. 결국 임단협은 올해로 넘어와 여전히 타결을 하지 못하고 사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사측이 전 임직원 기본급 20% 반납을 조건으로 한 올해 고용유지 등을 담은 추가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거부한 노조는 분사 저지에 주력하며 금속노조 복귀를 통한 연대투쟁에 나섰다. 주총일이 다가오자 23년만의 총파업을 결정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결국 회사의 분사는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노조가 사측과 해를 넘기면서까지 벌인 팽팽한 싸움에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아 보인다는 점에서 노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조합원들은 피로도를 넘어 분사 저지는 물론 임단협 교섭마저 원할하지 않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실제로 세차례의 총파업에도 사측이 사실상 흔들림이 없던 것은 파업 참여자가 미미했기 때문인데 오히려 노조의 약한 결속력만 외부에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노조가 고민을 끝내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측과 협상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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