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사장 “엔비디아와 협력해 T맵 HD급으로 고도화”
2019년 5G 상용화 목표…인공지능 경쟁력 제고

SK텔레콤은 올해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의 정확도를 지금보다 10배 높여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이하 MWC) 2017’이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율주행은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T맵을 HD(초정밀)급으로 고도화해서 자율주행 서비스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글로벌 그래픽 카드 업체 엔비디아와 협력해왔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박 사장은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면 지금보다 10배 정도 정교한 HD(초정밀) 지도가 필요하다”며 “자율주행을 위한 첫 단계로 엔비디아와 T맵 고도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주행 중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무선으로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서비스를 올해 중·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박 사장은 “자율주행이 완벽하게 이뤄지려면 차 전체에 센서가 부착돼야 하는데 센서가 차 밖의 도로 환경이나 주변 차량과 통신하는 것은 우리의 사업영역”이라며 자율주행차가 확대되면 자동차 제조업체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5G(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자율주행의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5G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를 우리에게 가져올 것”이라며 “상용화에는 여러 요건이 필요해서 시점을 명확히 하기보다는 최대한 빨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말에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에 자율주행 시범 테스트베드(시험공간)를 만드는데 어제 퀄컴 관계자를 만나 연말까지 5G 칩 표준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 사장은 미래 성장 축으로 미디어·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3가지를 꼽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 중 하나가 미디어”라며 “미디어 플랫폼 사업이 성공하면 한국의 콘텐츠 사업을 조금 더 유리한 조건으로 글로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모바일 미디어는 K팝 등 한류 콘텐츠를 중국이나 동남아로 퍼뜨릴 수 있다”며 “SK텔레콤의 모바일 TV 옥수수가 중국에 진출하면 중국의 넷플릭스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품을 파는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도 미디어의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미디어 사업의 수익이 포털을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업체(OTT)에 집중되는 점에 대해서는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박 사장은 ‘인터넷 공급업체가 콘텐츠나 서비스 종류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언급하며 “망 중립성으로 너무 많은 초과이익이 생긴다면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은 박 사장이 앞서 몸담았던 SK주식회사 C&C에서부터 힘을 쏟았던 분야다. 박 사장은 SK주식회사 C&C 사장으로 재직 당시 IBM의 인공지능 엔진 왓슨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은 글로벌 톱플레이어 수준과는 많이 떨어져 있다”며 “글로벌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이미 상용화된 왓슨을 파트너로 삼아 한국형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MWC에서 SK텔레콤의 인공지능 기기 ‘누구’는 왓슨을 기반으로 한 SK주식회사 C&C의 인공지능 ‘에이브릴’과 연동해 영어 대화를 시연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인공지능의 강점으로 한국어 음성 인식을 꼽으며 “시리나 다른 어떤 인공지능보다도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사물인터넷과 관련해서는 “IoT 생태계를 키워서 편익을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검침처럼 정기적인 이용료를 받는 서비스에서 더 나아가 커머스와 연동된 사업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 사장은 최근 SK텔레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자회사 SK플래닛에 대한 우려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자회사를 보면 피를 흘리는 사람에게 링거를 꽂아주는 게 꼭 좋은 솔루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영양제를 주는 게 아니라 지혈을 하는 것”이라며 “상반기 중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제껏 내가 한 M&A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모두 ’윈윈‘한 적이 많았다”며 “지금 당장 계획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한다면 서로 ’윈윈‘하는 합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앞으로 통신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이전투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상생적 경쟁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