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석대법) 국회 처리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민주당이 석대법과 함께 처리를 요구한 ‘대·중기 상생협력 촉진 법률개정안’이 통상마찰을 우려한 정부와 여권의 반대로 무산된데 따른 야당 의원들의 ‘물귀신 작전’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울산의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추진, 지역경제를 넘어 국가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석대법을 어떻게 타당성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은 것인지 기가 막힐 뿐이다. 또 화급한 경제 관련 법안을 정치 논리로 지연시키는 야당 의원이나 정치적 타협을 위한 흥정대상으로 타 법안과 연계처리의 빌미를 준 여당 의원의 안중에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다.

석대법은 2014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장기 표류해왔다.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석대법은 지난 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안건(안건번호 86항)에 포함되면서 조기 처리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법사위에서의 석대법 처리는 연이어 불발됐다. 대통령 탄핵상황과 맞물린데다 야당의 발목잡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28일 전체회의에서는 ‘법안소위 회부’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2일 전체 회의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지만 통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법안연계처리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에 발목잡힌 경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뜩이나 추진력을 잃은 오일허브 사업이 골든타임을 놓쳐 회생불능의 상태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동북아오일허브사업은 울산신항 1단계 북항지구와 2단계 남항지구에 대규모 유류 저장시설과 접안시설, 배후부지 등 부속설비를 갖추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자동차, 조선, 정유·석유화학에 이은 울산의 미래 먹거리 산업 확보 차원에서 큰 기대감을 주고 있지만 찔끔예산과 고무줄 늘리기식 사업기간 연장, 투자자 확보 실패, 관련 법 개정 미비 등으로 추진동력을 상실, 실체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석대법 개정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석유정제업자들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석유제품의 혼합제조(블렌딩)와 거래를 종합보세구역에서 허용하는 석대법 개정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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