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희 (사)울산흥사단 대표회장

‘봄 이기는 겨울장사 없다’ 했듯이 코 끝에 닿는 훈훈한 바람에 완연한 봄을 느낀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쉬어가려는 마음에 서고를 둘러보다 오래된 책 한권을 펼쳐보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일대기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역사를 다루는 방송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멋진 강사가 명쾌한 말솜씨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술술 풀어내는 걸 보면서 이 시대에 우리가 보아야할 꼭 필요한 방송이라고 생각했다.

얼마전 국민MC 유재석과 유명한 힙합가수가 부르는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에서 ‘위대한 유산’이란 주제로 역사속의 위인을 랩을 통해 알기 쉽게 불러 나를 사로잡았다. 빠르고 복잡한 가사의 힙합에 무관심했던 나도 그날은 화면에서 역사 속 인물들을 추앙하며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실로 외침에 가까운 소리로 다가와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처럼’이란 제목의 노래에서 ‘기회는 기다리는 자의 것이 아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의 것이다’ 라는 내용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도산 안창호 선생만큼 혹독한 일제강점기 속에서 우리 민족에게 진실을 고취한 분도 흔치 않을 것이다. 진실이 화두인 요즈음, 진실한 소신을 가진 그 분을 다시금 떠올려 보게 된다. 안창호 선생은 거짓말을 죽기보다 싫어했다. 한때 그가 미국에서 지방을 가려고 기차를 타려는데 한 동포가 한인 목사의 신분증을 빌려 주었다. 당시 목사에게는 철도할인 혜택이 있었으므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동포의 순수한 마음이었다.

천금같은 독립자금이 너무나 아쉬운 처지에서 이를 냉정히 뿌리친 것은 몇 푼의 돈보다 타국에서 민족의 신용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한 그분의 강직한 성품을 보여주는 좋은 일화이다. 또한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꿈에라도 거짓말을 했거든 깨어나서 반성하라’고 늘 청년들에게 외친 안창호 선생의 그 말은 더욱 가슴을 울린다.

안창호 선생은 1912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외 한인을 총망라한 독립운동단체인 대한인국민회(Korean National Association) 초대 총회장에 선임돼 독립운동을 시작했으며, 1913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중인 청년학생들을 중심으로 민족운동단체인 흥사단(Young Korean Academy)을 만들었다.

1948년에 흥사단 본부를 국내로 옮기고 통일운동을 전개하다 1963년부터 청년학생 아카데미와 전국 고등학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리더십캠프, 나라사랑 국토순례 등의 아카데미운동을 했다. 현재 안창호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전국 26개 지부와 미주위원부의 조직이 있으며 민족통일운동, 투명사회운동, 교육운동을 하는 청소년 시설 등 나라사랑운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사)울산흥사단은 1970년 지역 고등·대학생을 중심으로 창립돼 학생운동을 이끌었으며 몇 차례의 조직 재정비를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됐으며, 이들이 사회각계 인사로 성장하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리더하게 된다.

올해로 36살이 되는 울산흥사단은 학생들의 지·덕·체를 함양하고 우리사회의 진실과 정의를 이루는데 앞장서기 위해 독도수호대 등 수련활동과 투명한 사회를 위한 애기애타 사회봉사단 운영, 혼인과 육아로 휴직하고 있는 여성인재 발굴, 지역민들을 위한 인문아카데미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침 어제 나라를 되찾기 위해 우리민족이 분연히 떨쳐 일어난 3·1절이었다.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어라’ 안창호 선생은 진실을 가르치고 실천한 분으로 무엇보다 진실이 나라를 되찾는 최선의 길이라고 믿었다. 나라사랑의 길을 ‘거짓없는 인격’에서 찾은 안창호 선생의 고귀한 뜻을 다시한번 되새겨보며 거짓이 마치 진실의 동의어처럼 변질된 현재의 세태에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정종희 (사)울산흥사단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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