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어머니의 특별한 생일상

불편한 몸 이끌고 자식 먹일 음식 풍족히 장만
끼니때 마다 남편이 먹고 싶은 반찬은 꼭 준비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손님밥 남겨 두는 인정
어머니 정성 어린 음식엔 사랑이란 의미 담겨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신지 3년이나 지난 아버지의 생신이 돌아올 때마다 아직도 생전 아버지가 좋아했던 음식을 당신 손으로 직접 만드신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오랜만에 모인 자식들에게 두루 먹이고 싶으셨나보다. 굽은 허리를 움켜 잡고 힘든 내색없이 음식을 많이도 장만하신다.

음식을 질리도록 먹은 뒤 가져가기 싫다고 해도 언제 담아 놓으셨는지 자식들이 갈 때면 봉지마다 넣어서 챙겨 주신다. 그리하고도 남는 음식은 몇날 며칠씩 본인의 끼니로 해결하신다.

그런 어머니가 야속할 때도 있다. 자식 된 입장에서 아버지 살아계실 때 그만큼 했으면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왜저러시나 싶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늘 넉넉하셨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쌀밥은 구경도 못했고 보리밥 조차 배부르게 먹지 못했으나 어머니는 행여라도 누군가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까봐 밥 한 그릇씩은 꼭 남겨 두셨다.

철이 없던 우리는 먹을 밥도 없는데 왜 오지도 않는 손님밥은 남겨두냐며 투정을 부렸다.

어머니는 또 아버지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사셨다. 젊을 때는 까칠한 홀시아버지까지 모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좀 편해질 때 쯤에는 아버지의 시력이 갑자기 나빠져 식사를 할 때마다 손수 반찬을 밥 위에 얹어 드렸다.

아무리 농삿일이 바빠도 아버지가 먹고 싶다고 하는 음식은 꼭 해드렸다. 그리고 남은 음식은 늘 어머니 차지였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눈치가 보여따로 생일상을 차리지 못해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제대로 된 생일상을 차려드리고 싶으셨나 보다.

하지만 아버지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되자 제대로 된 생신상 한번 받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늘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사셨다. 그래선지 아버지 생신이 돌아올 때마다 어머니는 늘 우울해 하셨다.

오늘이 또 아버지의 생신이다. 아버지가 계신 추모공원을 찾았다. 맛난 음식을 해 가지는 못했다. 다만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셨다는 이야기와 조카가 대학에 들어간 이야기, 보고싶다는 말을 두서없이 남겼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왜그렇게 무거운 지 모르겠다. 아마도 살아계실 때 더 잘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 것 같다.

어머니를 뵙고 돌아와 일상에 복귀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머니의 자식사랑과 정성 어린 음식이 사뭇 그립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 오늘의 별미 메뉴 - 설야멱적과 야채겉절이

몽골족의 음식, 설야멱적(雪夜覓炙)은 눈 오는 밤에 화로에 석쇠를 얹어서 소고기를 구운 다음 찬물에 담궈 지방을 뺀 후 다시 구워먹는 옛날식 소고기 구이를 말한다.

설야멱적은 조선시대에 궁중에서 너비아니로 발전됐다.

소고기를 너붓너붓 썰어서 잔칼질을 많이 해 육질을 부드럽게 한 다음 굽는 것이다.

● 양념장은 간장 4스푼, 다진파 30g, 다진마늘 30g, 청주 1스푼, 배즙(혹은 양파즙) 1스푼, 설탕 2스푼, 올리고당 2스푼, 참기름, 참깨, 후추를 넣어 만든다.

● 야채 겉절이 양념은 다진마늘 1스푼, 진간장 2스푼, 액젓 1스푼, 설탕 1/2스푼, 올리고당 1스푼, 고춧가루 4스푼, 참기름 1스푼, 깨소금으로 만든다.

● 소고기를 배와 양념장에 재워 둔 뒤 석쇠에 굽는다.

● 봄동이나 쌈채는 깨끗이 씻어 손으로 찢어 물기를 뺀다.

● 접시에 고기를 담고 잣가루와 참깨를 뿌린다.

● 야채를 양념장에 버무린 다음 참깨와 참기름을 첨가해 고기 옆에 보기좋게 담는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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