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보통제 속 유엔 구호기관들 ‘간접피해’ 폭로

▲ 로힝야 어린이들 연합뉴스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가 자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어린이 수천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와 의료지원 부족으로 사망할 위기에 처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일(현지시간) 유엔기관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군은 작년 10월 경찰관 9명이 숨진 경찰초소 습격사건을 계기로 라카인주(州)를 중심으로 로힝야족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벌이고 있다.

군사작전에 따라 로힝야족 거주지인 라카인주 마웅다우, 부티타웅 마을이 봉쇄되자 이 지역 어린이 3천여 명을 지원했던 유엔의 구호사업도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유엔 기관들은 지원이 2개월 넘게 중단되면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로힝야족 어린이들이 식량과 의료 서비스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사망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자 미얀마군은 작년 12월 중순부터 제한적으로 구호단체들의 공수 지원을 허용했지만 아직 미얀마 출신이 아닌 유엔 직원들의 접근은 제한되고 있다.

또 지역 곳곳에 검문소가 세워지면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로힝야족 주민들이 지원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이에 구호단체들은 어린이들이 ‘로힝야 인종청소’ 사태의 ‘간접 희생자’라고 주장하며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하루빨리 재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아라칸 프로젝트의 크리스 레와 국장은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며 “이런 간접적 희생자들이 정부군에 의해 살해된 이들보다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군이 살해한 로힝야족 수는 200명 정도이지만 봉쇄에 따른 지원 부족으로 사망한 어린이수는 무려 1천명에 달한다.

지난해 두 마을에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에 사는 어린이 1만 3155명 중 3466명이 심각한 급성영양실조(SAM)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봉쇄로 인해 3200명의 어린이가 이에 추가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급성영양실조를 겪는 어린이가 첫주에 치료받지 받지 못하면 사망률은 30∼50%까지 치솟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미얀마 사무소의 마크 커츠 대표는 “구호작업이 2개월 넘게 중단되면서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은 단순히 식량과 구호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의료와 같은 필수적 서비스를 충분히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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