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의 질 개선·가계부담 완화
4만명 상당 고용 창출 효과도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급

▲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몇 년 전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르신과 보호자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받고 싶은 서비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진료와 간호, 간병 중에서 간병 즉 돌봄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했다.

현재 요양병원의 간병비는 비급여로 의료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간병비용 전액을 환자개인이나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진료비보다는 간병비 부담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필자는 12년간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노인 학대, 신체구속, 다양한 사고의 원인에 간병의 비급여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확신한다. 간병비는 비급여화이기에 할인이 가능하다. 그렇다보니 각 병원마다 어쩔 수 없이 간병비를 할인해 주고 있다. 결국 병원마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간병인 수를 줄여 한 간병인이 10~20명 이상의 환자를 케어하다 보니 결국 기저귀를 채워놓고 있을 수밖에 없고, 침대에 환자를 묶거나 약물로 재우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짧은 식사시간 내에 다 먹여야하니 결국 충분한 시간에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될 수밖에 없다. 병원도 간병 인건비를 감당못해 경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요양병원의 간병 비급여로 정규직원 채용이 어려워 도급, 파견 등 아웃소싱 형태 운영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노동법 규제에 따른 직접 교육과 관리를 할 수 없는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의 특성상 힘든 야간근무를 해야 해 젊은 층은 기피, 결국 일을 해야만 하는 노인들이 노인을 케어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조선족 간병이 전체 간병의 40~50%를 차지, 언어소통의 문제와 24~48시간 연속근무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간병의 질은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간병비의 급여화는 요양병원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이다.

요양시설의 경우는 간병비가 급여화되어 있지만 요양병원의 경우는 비급여이기에 요양시설에 입소한 어르신이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오히려 간병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되고 있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다.

요양병원의 간병급여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정돼 있다. 그러나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요양병원 간병비가 급여화될 경우 시설보다 요양병원으로 쏠림현상이 있을 것을 우려해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고, 이렇게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럼으로 이에 대한 피해를 결국 입원치료가 필요한 노인들과 가족들이 받고 있다.

간병의 급여화는 일자리 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급여화가 되면 정식 직원으로 병원마다 채용할 수 있다. 현재 요양병원의 병상이 전국적으로 약 25만 병상을 차지하고 있다. 간병의 형태를 6대1로 기준을 잡으면 약 4만 명의 고용창출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는 중국과 외국의 간병사가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결국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여러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하면서 그들의 시스템을 눈여겨 보아왔다. 일본은 우리와 가장 근거리에 있고 또한 우리보다 20년 이상 고령화를 앞서 경험했고, 우리의 의료와 복지 시스템이 일본의 제도를 많이 가지고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향후 방향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일본도 20년 전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다. 지금의 일본은 간병이 급여화돼 있고 이를 담당하는 직군이 개호복지사로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사 자격처럼 전문가가 간병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가 다녀온 호주나 독일, 스웨덴의 선진국도 간병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담당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의 간호조무사에 해당하는 직군이 이를 감당하고 있었다.

급속한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인한 사회구조의 변화로 요양병원은 노인의료와 복지의 대안으로서 급속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부모를 요양병원에 모셔본 자식들은 공감하는 일지만 간병비에 대한 부담이 가계에 압박을 주고 있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부분을 결국 개인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이제 심각히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어느 선진국가도 간병비를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노인의 문제는 사회, 국가의 문제이다. 국가가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복지정책이기 때문이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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