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시내버스의 친절과 안전은 시민들의 관심사다. 지자체들이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울산의 경우 승용차가 늘어나면서 시내버스의 교통 분담률이 승용차의 절반 이하로 내려갔지만, 아직도 시민들에게 시내버스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최근 울산시가 발표한 ‘1월 시내버스 시민만족도 조사’에서 승무원 친절도와 차량운행 항목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10%P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를 ‘시내버스 민원해소 원년’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쇄신을 추진한 울산시와 버스업계로서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우수 승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불친절·위험운전 승무원은 처벌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사용한 울산시는 승무원 개개인의 인식과 노력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승무원들은 제대로 된 지원도 없이 모든 화살을 자신들에게 돌린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을 느끼는 빈도가 잦아졌다면 당연히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다만 모든 문제를 승무원에게 전가하지 말고 이용자인 시민과 당사자인 업계, 그리고 관리자인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순리다.

우선 당사자인 버스업계 노사의 변화가 절실하다. 매년 시로부터 수백억원의 거금을 지원받는 업체는 시민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승무원에 대한 친절·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업체 자체의 친절 인센티브 강화도 고려해야 한다.

승무원들의 노력은 모든 전제에 우선해 이뤄져야 한다. 환경이 열악해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시민들이 내는 요금이 곧 월급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항상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공공재인 시내버스 운행환경 개선을 위한 행정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용자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버스베이를 확장하고 버스베이에 들어선 불법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업계에 단속권을 줄 수는 없지만 버스에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등으로 고발권을 준다면 교통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차후 급차선 변경이 불가피한 일부 정류장의 경우는 정류장 이동도 고민해야 한다. 일부 주민과 구·군의 반대가 있겠지만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시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승무원들과 직접 대면하는 시민들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승무원들은 운수업 종사자이지만, 승객을 응대하는 순간 감정노동자가 된다. 간단하게 받아주는 답례인사로 인해 승무원이 즐거워하면, 이는 곧 안전운전과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승객 자신을 위해서라도 승무원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것이다.

버스를 타기 전에 미리 요금을 준비하는 작은 노력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운행시간 단축과 직결돼 난폭운전 예방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줄지어 서 있는 다른 승객들에 대한 배려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시내버스에 대한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각자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노사민정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다면 다음 조사에서는 보다 개선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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