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이상 건축공사 요건 강화
부실시공예방 허울뿐인 명분 이면
현실 무시한 대형건설사 배불리기

▲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진실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밝혀졌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훈훈한 진실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차라리 몰랐으면 더 좋았을 걸’하고 느끼는 불편한 진실이 그것이다. 필자는 여기에다 위에서 거론한 정신적이고 심정적인 불편을 넘어선 실제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진실을 하나의 항목으로 추가하고자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예하기관과 단체에 ‘건축법에 따라 배치되는 현장관리인 배치제도 등 운영지침 시달’이라는 공문서 하나를 내려 보냈다. 2017년 2월4일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되는 위 운영지침의 요지는 지금까지는 495㎡를 넘어서는 공사(이하라도 주거용이 아닌 건축물을 짓거나 대수선시에는 적용)에 한해서만 건설업자, 즉 종합건설 면허를 가진 업체가 기본 자격조건으로 필요했으나 지금부터는 5000만원 이상의 건축공사 모두에 종합건설 면허를 가진 대자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5000만원을 넘어서는, 직영으로 자신의 집을 짓는 사람 모두에게 ‘현장 관리인’이라는 일정자격 요건을 갖춘 관리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보면 국토교통부의 위 조치는 어쩌면 지극히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내부에 아주 위험하고 현실을 무시한 대자본 입김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위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이제부터는 단종이나 개인면허, 사업자로 등록한 건축업자나 이미 상당한 능력을 갖춘 면허 없는 개인은 5000만원 이하의 소형 혹은 저가의 건축물밖에 지을 수 없다. 둘째, 5000만원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시는 최초 건축허가서류에 현장관리인을 명시해야 한다. 결국 결론은 자격있는 현장 관리인을 평소 보유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만이 공사를 수주할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대자본가의 손을 들어주는 졸속행정이다. 이렇게 되면 건축업 면허가 없더라도 현장에서 오랜 트레이닝을 거친 유능하고 다양한 지식과 자질을 가진 실제적인 일꾼들을 또 다시 자신의 집을 지을 때조차도 대형 건설업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건설, 건축현장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살펴보면 현실은 좀 더 명확해진다. 즉, 이제껏 돈 되는 대형 건설사업은 대형 건설사들이 단독 혹은 컨소시엄을 형성해 독식, 중소형 건설, 건축업자들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왔다. 그런 후 자신들의 수주한 공사를 하청, 재하청의 방법으로 단가를 후려침으로써 자신들은 이름만 빌려주고 상당 부분의 이득을 챙겨가는 것이 건설업의 현주소다.

이제는 이런 공룡들이 초식동물의 먹이까지 독식하기 위해 로비를 하고 정부기관을 움직여 이러한 황당한 지침을 내리게 했다고 할 것이다.

결국은 누구의 이름으로 공사를 수주했던 실제적인 업무는 중소업자 및 개인이 했던 ‘골목상권’에 비견되는 작은 공사조차도 이제는 대형업자들이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소위 ‘도장값’을 챙겨먹겠다는 얄팍한 수작에 정부기관이 동조하고 있는 꼴사나운 모양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집 한채 지어 보려고 했더니 내 집 짓는 것조차도 또 하청업자로 전락해야 하나?”하는 푸념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됨으로써 생기는 폐해는 단순한 서류작업의 복잡성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로 인해 전체적인 공사비가 최소 10~15%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실시공, 건축업자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제대로 된 집을 짓기 위함이라는 허울뿐인 명분 뒤에 숨은 불편을 넘어선 진실은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배불리기와 그로 인한 국민 대다수의 경제적 지출확대에 따른 서민경제의 곤궁이다. 그렇지 않아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현실에서 현실을 무시하는 이러한 지침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근면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수많은 다수의 삶은 앞으로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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