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스토리텔링으로 재무장한 울산명소 -7.‘전국 최다 유적밀집’ 울산의 성(城)

▲ 언양읍성을 찾은 시민들이 영화문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수기자

축성 600년만에 복원된 병영성
임진왜란의 흔적 울산·서생포왜성
아름다운 팔작지붕 언양읍성 영화루
관련 유적 30여개…성곽순례 추천

다양한 유형의 성곽은 시대별 특성을 잘 보여준다. 성곽 하나하나가 특정 시대의 지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보배라는 점을 참작하면 울산은 살아있는 ‘성곽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지역의 성곽유적 수는 30여 개다. 단위면적당 성곽 분포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울산여행에서 성곽순례도 의미있는 걸음이다.

◇병영성·울산왜성

경상좌도 병영성은 울산의 대표적인 성곽유적이다. 도(道) 단위의 최고 군사시설로 조선시대 경상좌도 병마절도사가 근무한 곳이다.

올해 축성 600주년을 맞은 병영성은 수백년 동안 겨우 흔적만 유지해오다 최근에 복원됐다. 복원된 병영성 성곽에 오르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넓은 진장들과 울산대교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곽길을 거닐다 성 안쪽으로 내려오면 외솔 최현배 선생의 생가를 거쳐 병영 삼일만세운동의 현장인 병영초등학교와 병영시장에 다다른다.

병영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철저하게 훼손됐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정유재란 때 울산왜성(도산성)을 쌓기 위해 가까이 있던 병영성의 돌을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울산왜성은 지금의 학성공원에 있으며, 북문 터를 중심으로 동·서문 터까지 양쪽으로 성벽이 복원돼 남아 있다. 이 성은 외부 공격에서 철통같은 요새였지만, 성 안에 우물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조·명 연합군과의 전투 때 성 안에 고립됐던 왜군들이 갈증을 못견디고 성 밖으로 나가 물을 찾다가 조선군에게 붙잡히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울산왜성은 현재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 벚꽃이 만개한 울산시 울주군 서생포왜성.

◇서생포왜성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서생리 711에 위치한 서생포왜성은 임진왜란 때 축성됐다. 이 성은 ‘내외옹성형’으로 축조돼 공격시간을 지연시키는 대신 방어시간을 최대한 벌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성벽의 모서리가 60도 각도로 비스듬히 쌓아 올려져 특이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성곽 정상부에서는 산지인 서쪽을 제외한 삼면의 시야가 탁 트려있다. 멀리 진하해수욕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명선도’도 한눈에 들어온다.

3월 말이면 이곳은 그야말로 벚꽃천지를 이룬다. 이곳 벚나무는 도심의 가로수와 달리 인위적이지 않다. 자라고 싶은 만큼 자라다보니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울창한 벚나무 사이로 바람이 머물다 지나가기라도 하면, 새하얀 꽃눈이 온 천지를 뒤덮는다.

◇언양읍성

언양읍성의 남문인 ‘영화루’도 비교적 최근에 복원됐다. 영화루는 1800년대 초반 진남루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1900년 전후에 최종 소실된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루의 성문은 통로 상부가 트인 개거식이고 문루는 전면 3칸, 측면 2칸, 2층 규모로 복원됐다. 누각건물은 이익공의 팔작지붕을 얹은 형식이다. 영화루 앞면에는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 성문을 둥글게 감싸 안은 반원형 옹성을 두었다. 옹성 복원은 내·외면 모두 협축을 쌓고 상부에 여장(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성 위에 낮게 덧쌓은 담)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언양읍성을 관람할 때는 북문에 주차하고 5분가량 걸어 성터를 전반적으로 둘러보며 영화루에 닿기를 추천한다. 영화루 앞쪽에는 방송을 통해 여러차례 소개된 언양불고기 맛집이 있고, 멀지 않은 거리에 언양시장도 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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