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식당창업 줄자...업계 매출 30~50% 떨어져
개점해도 중고용품 선호

▲ 요식업계 불황으로 주방용품 업체도 영향을 받고 있다. 6일 찾은 남구 삼산동의 한 주방용품 전문점도 한산한 분위기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울산 요식업계의 불황과 함께 주방용품이나 관련 기기 업종이 위축되고 있다. 신규 요식업 창업자가 줄다보니 주방용품·기기관련 매출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고 그나마 있던 수요도 저렴한 가격 탓에 중고시장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6일 찾은 울산 남구 삼산동의 주방용품 관련 점포와 기기상가에는 간간이 한 두개 물건을 사러온 일반 소비자들만 드나들 뿐 한산한 분위기였다. 가게마다 수십종의 식기들과 주방기기를 진열한 채 손님들을 기다렸지만 넓은 점포만큼 분위기도 썰렁했다.

주방용품 업종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오종만(남·54)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여파로 동구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주방용품 업계도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면서 “경기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식당을 여는 사람은 꾸준히 있었는데 AI에 구제역까지 덮쳐 요즘에는 정말 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당 창업 수요가 크게 줄다 보니 업체마다 매출이 작게는 30%에서 50%까지 떨어졌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나마 좀 있던 주방용품 수요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용품을 선호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울산지회 관계자는 “울산의 요식업체는 1만2000여개로 신규 창업자가 거의 없다보니 개점 업체수는 일정한 상황”이라며 “새로 식당을 하려는 사람도 집기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절감하기 위해 폐업하는 가게를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구 삼산동에서 18년째 주방용품 업체를 운영하는 정순기(여·54)씨 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 씨는 “최근 자영업자들이 살아남기 어려워 현상유지만해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며 “자영업자의 대부분인 식당 상황이 나쁘니 우리도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방용품 매장 특성상 점포 크기도 큰 데다 재고 물량도 많아 업체들은 가게를 접고 싶어도 막심한 손해탓에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요식업 성수기인 봄을 앞두고도 소비가 꽁꽁 얼어붙어 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로 폐업하거나 잠정 휴업상태인 곳이 점점 늘고 있어 신규 창업이 둔화된 상황”이라며 “신규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창업 비용이 워낙 많이 들다보니 저렴한 비용으로 식당을 열기 위해 폐업예정인 곳을 명의변경하는 식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혜 수습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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