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런 탄핵정국을 거쳐가는 것은
헌정중단 없는 위기극복 위한 대합의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다음’이 있다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2월27일에 끝나고, 헌법재판소에서 평의가 진행 중이다. 도하 각 언론의 관심은 온통 헌재의 최종평결이 어떻게 나올지에 쏠려 있다. 탄핵인용, 탄핵기각, 탄핵각하, 자진사퇴 등 온갖 예상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게다가 탄핵기각을 바라는 측에서는 태극기를 방패삼아 여론전에 부산한 모습이며, 탄핵인용을 촉구하는 측에서는 촛불집회가 아직 뜨겁다. 각 정당의 자천타천 대선후보자들은 대선공약 발표다, 대선후보 토론이다 해서 바쁘다.

예상시나리오는 있으나 그 결과에 대한 대처방식은 그야말로 섬뜩하기까지 하다. 탄핵인용이 되지 않으면 ‘혁명적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탄핵기각을 주장하는 한 인사는 ‘아스팔트가 피로 덮이는 내란상태’ 운운하기도 한다. 이대로는 안된다. 이제는 탄핵 정국 이후의 대한민국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우선 헌재에 관해 살필 필요가 있다. 헌재는 재판관 7인 이상의 심리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결정을 내린다. 여기서 헌재가 현상을 변경할 때 매우 힘들고 까다롭게 결정요건을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인용 결정도 그리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만약 탄핵인용 결정이 내려졌다면 이는 현상변경이 그만큼 어려운 헌재의 요건을 충족한 것이니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는 말이 된다. 헌재의 재판관들이 휴일도 없이 탄핵심판 평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탄핵심판이 그만큼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재 재판관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탄핵심판법정을 모독하는 일들이 벌어졌던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나 국회는 선출된 권력이지만 법원만은 선출되지 않은 임명된 권력이다. 민주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어떻게 헌재 재판관들이 1500만표를 얻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인용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고 반발하는 인사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헌법은 임명된 전문가가 판결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훈련된 법관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도록 한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판결에 임하라는 의미이다.

지금으로서는 심판의 결과가 탄핵인용일지 탄핵기각일지 또 다른 결정이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길어야 일주일이면 어떻게든 결론이 난다는 것 이외에 분명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앞서 언급했던 ‘기각 시 혁명적 상황’이나 ‘내란상태’ 등은 모두 불복을 전제로 한 일종의 망발들이다. 현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그것을 거부하고 불복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인사들이 그렇게 떠드는 것은 또 다른 노림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고통스럽게 탄핵정국을 지나고 있는 것은 헌정중단없이 현 위기를 넘어서자는 묵시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혁명적 상황이나 유혈사태로 국민들을 겁박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탄핵심판은 어느 쪽으로든 결정나게 돼 있다. 문제는 그 이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지금으로서는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그 결정의 방향이 어떻게 되든 간에 무조건 승복하자. 그래야 다음 길이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현 헌법체계를 수호하면서 그 절차에 있어서의 정당성 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한 자기구속성을 인정할 때에만 온전히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분열되었던 대한민국이 다시 온전해질 수 있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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