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두 울산 남구청 복지환경국장
‘로컬 퍼스트’라는 말이 있다. ‘지역이 먼저’라는 뜻이다.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내가 사는 지역을 먼저 생각하자는 의미로 사용된다. 외부의 것을 맹목적으로 흉내 내거나 ‘따라 하기’를 탈피해 우리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아 건강하고 풍요로운 지역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고, 동네 실정에 적합한 자체적인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민관네트워크인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3월 구성된 남구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마다 있는 ‘동네 사랑방’처럼 이웃사람들의 온갖 소식을 서로 전하고 때론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을 일컬어 ‘동네 지킴이’라고 부른다.

남구에는 250여명의 든든한 동네 온정지킴이들이 있다. 지역사회보장기관 실무자, 금융기관, 병원, 교사, 회사원, 종교단체, 자원봉사자, 통장, 이·미용업소, 제과점, 식당, 주민 등 다양한 주민들로 구성됐다. 사회복지제도 기준상의 한계 등으로 제도권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웃을 찾아내 함께 봉사활동 등을 펼치며 서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위로하자는 취지로 뭉쳤다. 결국 살맛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최종지향점이다. 외롭고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웃인 주민들이 서로 돕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주축으로 독특하면서도 특색있는 복지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가족도 없이 홀로 어렵게 사는 독거어르신들을 위해 나들이나 목욕봉사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먹거리 지원, 이사 지원, 노인 무료 안검사, 돋보기 지원, 이·미용 봉사, 거동 불편한 어르신 집수리 봉사, 치매프로그램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사랑의 안부전화, 외로운 노인 친구 만들기 등을 통해 이웃의 근황을 살피는 것도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법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더불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락과 반찬 전달, 한부모 다문화가정 결연, 청소년 학습지 지원, 스포츠 바우처 지원, 외식향유권 전달 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남구민으로서 뿌듯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한다. 남구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꾸려지면서 얻은 성과 중 하나는 위원들이 위기가정을 직접 둘러봄으로써 복지 사각지대 어르신들의 애로사항을 눈으로 확인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의 복지단체와 원만한 협조가 이뤄지면서 적재적소에 쓰일 복지자원이 늘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협의체 위원은 복지사각지대 가정을 찾아내는 일도 하지만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민간자원을 끌어들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들 대부분이 지역 인맥이 넓거나 복지관련 단체 전문가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원들과 공무원들이 복지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협의체 위원들이 앞장서 위기가정을 찾아내 필요한 복지혜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공무원과의 연결 고리역할을 충실히 해주니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다. 남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은 나눔을 통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타인의 삶이 행복해지고, 그것을 통해 자기 자신도 행복해 진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다. 또 어떤 일을 해야 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고민해 실천하고 있다.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동네마당’, 특색있는 지역을 가꾸자는 ‘로컬 퍼스트’의 장점이 생생히 녹아 있다.

남구가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무이하게 ‘나눔천사 구’가 된 것도 이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추진한 ‘나눔천사 프로젝트사업’으로 나눔천사기금 7억8000여만원의 재원을 확보함으로써 마침내 이 재원 마련으로 공적자금없이 복지사각지대 발굴에서부터 해결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남구는 앞으로도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복지사각지대 없는 밝고 따뜻한 행복 도시 남구를 만드는데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 행운은 우연히 찾아오는 나그네가 아니라 준비된 자만이 얻는 결실임을 명심하고 남구의 미래를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김재두 울산 남구청 복지환경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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