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한센병 환자 상처·아픔 보살핀
두 수녀의 40년 헌신적 삶 다뤄
이해인 수녀가 내레이션 맡아

▲ 사진은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포스터. 아이들을 돌보는 마리안느(왼쪽)와 한센인의 머리를 치료하는 마가렛. 연합뉴스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인을 보살핀 푸른 눈의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의 헌신적 삶을 영화로 만나게 된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시사회에서 윤세영 감독은 “두 분을 만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은혜로운 기회라고 생각했다. 작은 그릇이지만 이분들의 뜻을 담아보려 했다”고 밝혔다.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oeger·83)와 마가렛 피사렉(Margareth Pissarek·82)은 오스트리아 그리스도왕 시녀회라는 가톨릭 재속회 회원이었다.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이들은 각각 1962년과 1966년 한국 땅을 밟았고, 한국에서도 ‘가장 낮은 자리’인 소록도에서 평생 봉사활동을 했다.

소록도는 한센인들의 피와 눈물로 얼룩진 땅이었다.

당시 한센병은 유전병으로 잘못 인식돼 천형(天刑)으로 여겨졌으며 한센인들은 오해와 편견으로 인한 지독한 차별에 시달렸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아무 연고도 없는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살피며 사랑을 실천했다. 한센인에게 두 사람은 간호사이자 엄마였으며 ‘사랑’ 그 자체를 의미하는 이름이었다.

두 사람은 40여 년 동안 봉사를 하면서도 단 한 푼의 보상을 받지 않았다. 철저하게 빈손으로 살다가 지난 2005년 11월21일 편지 한 장만을 남긴 채 소록도를 떠났다. 나이가 들어 섬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이 한국 생활을 정리하며 챙긴 것이라고는 여행 가방뿐이었다.

‘수녀’라는 호칭이 익숙하지만, 두 사람의 신분은 사실 수녀가 아니다. 마가렛과 마리안느는 1954년, 1962년 각각 종신 서원을 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수녀가 아닌 평신도 재속회원이다. 실제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수녀보다는 친근한 ‘할매’로 불리기를 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자적 삶’이 ‘수녀’란 호칭을 만들어냈다.

이해인 수녀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한센인과 의료인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거룩한 삶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우리에게 신선한 희망을 던져주는 것 같다”며 “오직 사랑의 일념으로 아낌없이 모든 삶을 내주신 두 분으로 인해 신선한 충격을 받고 행복의 길이 무엇인가 깨달았다”고 말했다.

윤세영 감독은 “사순절 기간에 좋은 위안과 영감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다음 달 개봉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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